▲겉으로 보기에는 감자 농사가 무척이나 잘 된 것 같습니다.
추광규
감자는 3월 말경, 씨감자를 잘라서 심어 놓으면 별다른 노력 없이도 쑥쑥 자랍니다. 이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농사가 잘된 것 같지만, 막상 그 수확은 신통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이달 말에 감자를 캐낸 텃밭은 8월 말이 돼야 가을 김장용 배추를 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조정래 선생이 <태백산맥>에서 묘사한 것처럼 '잎이나 열매를 뜯어내고 따내도 계속 새 잎과 새 열매를 피워내고 매달아야 하며, 가을에 이르러서는 내년의 씨앗을 영글게 할 수 있어야...'한다는 조건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텃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울타리 세워 놓은 그 이유가 뭔가 했더니...감자꽃에서 눈을 뗀 후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주말농장 서쪽에 산자락 옆에 붙어 있는 텃밭 모습이 낯설었습니다. 누가 이런 곳에서 농산물을 훔쳐간다고, 울타리를 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줄로 촘촘히 엮어서 막아 놓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