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
권우성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정부가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을 "허구"라고 못 박았다. 정부 로드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에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구체성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는 게 이유다. 정부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정규직 시간제'라고 설명했지만, 은 의원은 "구체적인 임금수준과 지급방법, 최저임금의 확대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은 의원은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의 고용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정부의 일자리 로드맵에 부족한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의 확대를 발표하면서 대표적인 선행 사례로 꼽은 네덜란드와 비교를 통해 정부 정책의 부족한 부분을 꼬집었다.
은 의원은 "네덜란드처럼 시간제에서 전일제로 전환이 자유롭고, 최저임금 수준도 네덜란드의 평균임금과 최저임금의 비율만큼 상승돼야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은 의원은 단순히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통한 고용률 증가가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공공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공공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개입해 늘려야 한다, 공공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비중을 OECD 평균에 반까지만 높여도 40만 개 일자리가 생긴다"며 "그런 점에서 고용률을 높이겠다며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6월 국회에 쟁점으로 떠오른 통상임금 문제에도 특별한 제안을 내놓았다. 대법원 판례를 따라 통상임금을 체불임금으로 보는 것은 기존 민주당의 입장과 같지만, 그는 소송으로 돌려 받는 통상임금을 "사회연대기금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은 의원은 "소송을 통해 체불임금을 받게 되면 그 일부를 기금으로 내놓자"며 "그렇게 모인 기금은 노조가 주체가 돼 운영하면서 실업부조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어려운 조건의 노동자들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은 의원은 현재 민주당의 노동·임금 담당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다.
다음은 은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시간제 일자리, 정규직만큼 임금 줄 수 있나?"- 박근혜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를 주요 골자로 하는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했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정규직 시간제' 등을 이야기 하며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어떻게 평가하나?"시간제 일자리로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허구라고 생각한다. 시간제 일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당 임금이다. 적은 시간을 일해도 시간당 임금이 정규직 수준이 돼야 한다. 지금 한국의 시간제 일자리의 평균 임금은 7100원 정도 나온다. 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1만3400원이다. 시간제 일자리의 임금을 그만큼 높여야 한다. 시간제 근로가 정립된 네덜란드에서는 주40시간(풀타임) 일하는 사람보다 36시간 이하로 일하는 시간제 노동자의 임금이 10% 가량 높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같은 수준에 임금을 줄 수 있어야 한다."
- 정부는 임금부분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시간제 일자리가 기존 '정규직과 같은 처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임금을 포함한 상여금이나 사회보험 등 모든 복리가 같아야 한다. 하루 8시간을 일하든 4시간을 일하든, 근무시간만 다르고 기본적인 권리는 모두 같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돈이 많이 든다. 하루 8시간을 근무하는 노동자가 월 400만 원을 받았다면 4시간을 일할 때는 200만 원을 받는 게 아니라 250~300만 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시간제 일자리의 기본 방향이다. 공공부문부터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예산이 반영돼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의 임금수준도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로드맵에는 이런 내용이 다 빠져 있다. 구체적인 게 없다. 결국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허구라고 생각한다."
- 민간부분에서는 기업에게 세제혜택과 지원금을 통해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이것 또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의 현재 시간제 일자리의 대부분은 임시일용직이다.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에 85%가 있고 4인 이하 사업장에 55%가 있다. 이들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21시간으로 시급 7100원을 적용하면 월급이 60만 원 정도 나온다. 이게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되려면 150만 원까지는 올라야 한다. (시간제 노동자)사회보험을 적용받는 사람도 12%밖에 안 된다. 지금 30인 미만 사업장은 월급을 그만큼 올려주고 사회보험까지 해줄 여력이 없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밀어내기, 불공정 원하청계약을 다 뿌리 뽑아도 어렵다.
또 다른 문제는 아예 시간제 접합직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시간제로만 사람을 뽑게 된다는 얘기다. 청년노동자가 시간제로 일을 시작했다고 치자. 평생 시간제로 있을 수 있나? 시간제에서 전일제, 전일제에서 시간제로 전환이 자유로워야 한다. 네덜란드가 그렇다. 이번에 정부는 기업이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면 세제혜택에다가 1명 당 1420만 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그럼 정규직 일자리를 모두 시간제로 바꿀 수도 있다. 특정 직종은 시간제로만 가는 거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금의 유통서비스 업계로, 특히 패밀리레스토랑이 그렇다. 점장을 제외하고 전부가 시간제다. 여기도 2000년대 초 만해도 정규직 풀타임이 있었지만 지금은 '알바천국'이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시간 단축 정책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