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지·교방기>┃지은이 손계·최령흠┃옮긴이 최진아┃펴낸곳 소명출판┃2013.5.10┃값 2만 3000원
소명출판
<북리지·교방기>는 당나라 시대 손계가 체험한 기녀 체험담과 최령흠이 기록한 당나라 음악과 춤에 대한 이야기를 이화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최진아 교수가 옮겨 소명출판에서 펴낸 신간입니다.
한량인지 난봉꾼인지를 가늠하기 어려운 손계가 지은 '북리지'는 당나라의 수도 장안에 고급 기루와 기녀들이 밀집해 있던 평강방(平康坊) 지역이 북리(北里)로도 불렸기 때문에 그곳, 평강방에 있던 기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제목이 <북리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588'로 불리는 서울 청량리 골목이나 그곳에 살고 있는 아가씨들을 배경으로 한 기록이었다면 그 책 제목을 '청량리지'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왕련련王蓮蓮의 자字는 소용沼容으로 풍채와 용모가 좀 있었다. 그녀의 아우 소선小僊 이하 여러 기녀들은 모두 그녀에 미치지 못하였다. 그녀의 기생어미는 진晉나라 때 욕심 많기로 유명했던 곽씨郭氏와 같은 성격이었고 기생어미의 기둥서방도 곽씨의 남편 왕연 王衍[이 초탈한 것]과는 달리 물욕이 대단하였다. [그래서] 여러 기녀들은 모두 [그들 부부에게] 남은 돈을 빼앗기는 일이 대단히 심하였다. 그들의 기루에 간 사람들은 사례금이 조금이라도 이르지 않으면 흔히 수레를 남겨두고 옷을 저당 잡혀 돌아가는 일을 당하였기 때문이었다. 복리에서도 유독 이 집의 기둥서방이 유난스러웠는데 대개의 경우 이런 식으로까지 돈을 꾀하는 사람은 없었다. - 113쪽 북리지 중
당나라 시대에도 기생어미와 기둥서방이란 게 있어나 봅니다. 기록은 이래서 중요하고 책은 이래서 좋습니다. 천년이 훨씬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당나라 시대에 기생들이 군집해 살던 북리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렇듯 생생하게 전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남녀사이이며 여자가 있는 술집에서 벌어지는 뒷이야기들입니다. 북리지는 분가루 풀풀 날리고, 교음과 교태가 흘러넘치던 기루(妓樓, 기생집)에서 살아가는 기녀들의 생활, 기생집을 드나들던 손님(士人)과 기녀 사이에 오가던 사랑이야기입니다.
관음증을 자극하는 외설적 내용을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도 조금은 퇴폐적인 술집에서 생기는 일들이 당나라 시대에는 기생집에서 있었구나 하는 걸 어림 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입니다.
당나라 음악과 진기 춤 솜씨 담고 있는 <교방기> 기녀에 대한 품평과 시대의 여성관을 가늠해볼 수 있는 <북리지> 내용보다 관음증을 더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은 당나라의 음악과 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교방기>에서 소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