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세댐 건설 후 산사태가 잦아지면서 나무들이 쿠마강으로 쓸려내려왔다. 사진은 나무 등으로 뒤덮인 쿠마강의 모습.
츠루 쇼토
홍수 피해가 줄고 지역 개발로 주민들의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했다. 하지만 댐이 들어선 후 수해빈도는 늘었고 피해 규모도 증가했다. 조류현상과 악취는 심해졌다. 4대강 사업이 아니다. 일본 쿠마모토현 아라세댐 이야기다.
수력발전을 위해 1955년 쿠마강 중류에 들어선 아라세댐은 강에서 뛰놀던 은어가 자취를 감추게 만들었다. 14일 오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열린 대한하천학회(학회장 김정욱) 하계학술대회 '4대강 사업의 문제와 댐 확대 정책 검증' 초청강연자로 나서 츠루 쇼코씨(아라세댐 철거운동 활동가)는 수차례 "아라세댐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란 표현을 썼다.
홍수 때 토사가 흘러내려와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잦은 산사태로 떠내려간 나무들이 하천을 뒤덮는 일, 은어와 김, 새우가 사라지고 조류만 가득해진 쿠마강은 이 주변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그와 이웃에겐 낯설었다.
츠루씨 등 지역주민들은 2002년부터 "아라세댐을 철거하자"고 외치기 시작했다. 1000명 이상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가 거듭 열렸고, 국토교통성과 쿠마모토현 관계자 등이 함께한 대규모 토론회도 9차례 이어지자 시오타니 전 지사는 2004년 댐 철거 입장을 공식화했다. 2008년 취임 직후 이를 번복했던 가바시마 지사 역시 2010년 2월 "2012년부터 댐 철거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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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일, 마침내 댐 수문부터 철거가 시작됐다. 8개 수문 가운데 다섯 개가 철거되는 동안, 아라세댐 주변 수생태계에선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츠루씨는 "이 지역에 산 지 30년 됐지만, 지역에서 난 장어가 가게에 진열된 것은 처음 봤다"며 "2010년 10월 수문을 전부 개방한 뒤, 물이 깨끗해져 장어가 늘었고 은어도 많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수질 개선 등을 입증하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등 각종 지표들도 계속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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