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이식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인 박지용 군이 정인선 담임 교사와 함께 친구들이 보내준 응원 편지를 읽고 있다.
박병춘
"아버지가 주신 몸을 아버지에게 드렸으니까, 이젠 아버지가 절대로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식 수술 후 처음에는 많이 아팠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빨리 학교에 가고 싶어요. 친구들, 선생님들이 보고 싶어요. 당장 운동을 할 수 없지만 마음으로나마 제가 좋아하는 축구를 하고 싶습니다." 박군의 아버지 박희열(50)씨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에 B형 간염이 도져 간경화·간암으로 발전하는 바람에 약물 치료의 한계에 이르러 생체 이식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의료진의 판정을 받았다.
환자인 박씨의 혈액형이 AB형이어서 모든 혈액형이 가능했다. 지난 3월, 먼저 박씨의 아내 권연숙(49)씨와 대학 4학년 딸 박소옥(24)씨가 간 이식을 위한 조건 검사를 했다. 박씨의 형까지 나섰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다. 간 크기·혈액 검사 통과 등 조건이 맞아야 하지만 부적절 판정을 받았다.
만 16세 이상이 돼야 생체 이식이 가능한데, 박지용군은 두 달 차이로 만 16세가 됐다. 박군은 망설이지 않았다. 혈액 검사·조직 검사 등 다양한 조건을 알아본 결과 적절하다는 판정을 받고 이식에 도전해 성공한 것.
지난 4일 오전 7시부터 아들의 간 3분의 2를 아버지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진행됐다. 아들 지용 군의 수술에 걸린 시간은 8시간, 아버지는 15시간이 걸렸다.
아버지의 한마디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아들과 다른 병실에서 입원 중인 아버지가 지용군의 병실에 찾아왔다. 큰 키에 야윈 모습, 마스크를 한 지용 군의 아버지에게 안부를 물었다. 박씨는 투병의 고통 속에 알아듣기에 불편할 정도로 목소리와 발음이 분명하지 않아 박씨의 아내가 먼저 듣고 내게 전해줬다. 우선 아버지로서 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지용이가 도와줘서 새 삶을 살게 됐어요. 장할 뿐입니다(눈물).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 아들이 최고입니다!"대학 4학년인 누나 박소옥씨는 아버지와 동생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가 하고 싶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지용이에게 누나로서 미안했어요. 어린 애한테 너무 큰 고통이잖아요. 절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용이가 하고 싶은 일 찾아 꿈을 이루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