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조사 받고 나오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4월 29일 오전 10시부터 30일 오전 12시 20분경까지 14시간여동안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권우성
먼저, 원 전 원장은 2009년 5월, 국정원장으로 취임한 뒤 연 첫 전 부서장 회의에서 앞으로 국정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당시는 국정원 3차장 산하의 심리전단을 독립부서로 편제하고, 사이버팀을 두 개의 팀으로 확대했을 때다.
"우리의 임무는 국시를 지키면서 정부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인 만큼 넓은 시각에서 국가정보업무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는 상황이 다르므로 민주적이고 국민 지지를 받는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그간 위축됐던 국가정보원의 업무를 좀 더 공격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2009년 5월 15일)바로 이명박 정부의 홍보기관이자 정권연장기관이 되자는 것이다. 국가안보에 관한 정보 수집, 배포와 수사라는 국정원 직무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 수행을 지원하고 국정을 방해하는 세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그것도 "넓은 시각에서 공격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같은 지시와 함께 원 전 원장은 종북세력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나온 원세훈 지시를 보자.
"업무 수행과정에서 보수, 진보 분류를 형식적, 도식적으로 할 필요가 없으며,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립, 국정 수행이 제대로 되도록 협조하는 측과 이유 없이 이를 흔들려고 하는 측을 잘 판단해야 한다."이후 원세훈 지시에는 '종북좌파'를 보는 원 전 원장의 적대감이 드러났다. 특히 2011년 11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자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진선미 의원이 폭로한 '박원순 영향력 제압' 문건이 실제 국정원에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재보선에서 서울의 경우, 비정당, 비한나라당 후보가 시장이 됐는네 그쪽에서 내놓은 게 문제다. 두 번째 공약이 국가보안법 철폐하겠다는 거고, 세 번째가 국가정보원 없애겠다. 이런 쪽에 있는 사람이 시장이 됐는데 우리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2011년 11월 18일)2010년 1월에는 "지방선거가 이제 있는데, 좌파들이 북한 지령 받고 움직이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사람들에 대한 확실한 싸움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후 확실한 대책을 말한다. 2011년 10월 21일에는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 그런 자세로 종북세력을 끌어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인터넷 자체가 종북좌파 세력들이 다 잡았는데, 점령하시다시피 보이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을 우리가 제대로 안 세우고 있었다. 전 직원이 어쨌든 간에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 그런 자세로 해서 그런 세력들을 끌어내야 된다."(2011년 10월 21일)검찰은 원 전 원장의 종북세력 대응이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국정 수행에 비협조적인 사람과 단체 모두를 종북세력 내지 그 영향권에 있는 세력이라고 규정했다"며 "그 결과 종북세력 대처를 강조하면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 시민단체, 노조 등에 대해서 종북세력과 동일시, 국정 홍보 과정에서 공박 대상으로 삼을 것을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선거에 대응 못하면 국정원 없어진다는 엄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