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의원은 지난 4월 국회에서 국정원의 선거.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야당에 의한 여직원 인권유린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홈페이지
"김 의원이 검사 출신임을 포기하고 정치꾼이 됐다"김 의원의 '운동권 검사론'이 겉으로는 색깔론으로 포장돼 있지만 거기에는 검찰 수사결과를 아예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다. 그래서 그는 노골적으로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방해하는 세력에 대응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이냐?"고도 했다. 이는 경찰과 검찰이 총 6개월여에 걸쳐 수사한 결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이다.
김 의원은 이미 검찰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기 전부터 '국정원의 선거·정치개입은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그는 지난 4월 25일 국회에서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개입은 사실무근이다"라며 "오히려 이 사건은 야당에 의한 여직원 인권유린 사건이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은폐로 얼룩진 경찰수사결과에서조차 '국정원법을 위반했다'고 적시했는 데도 그는 이를 애써 무시한 것 같다.
하지만 검찰은 여러 가지 한계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인터넷 여론조작을 통해 선거·정치에 개입해왔고,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경찰수사 결과를 치밀하게 은폐했다는 사실을 꽤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김 의원의 주장을 따르자면, 국정원 직원들이 선거시기에 게시글·댓글 올리기 등을 통해 인터넷여론을 조작해도 '대종북세력 심리전'이라고 주장하면 그만이다.
김 의원의 마지막 부임지는 춘천지검 원주지청이었다. 그가 지청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지난 2008년 12월 원주지청에서는 '평창휴게소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체포와 압수수색 등을 통해 평창휴게소 운영업체에서 한국도로공사 강원지역본부와 관할군청, 경찰지구대, 소방소 출장소 등에 향응과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포착했다.
그런데 도로공사 직원들은 한 명도 소환되지 않은 채 사건은 수사선상에서 사라졌고, 내사기록들은 다른 사건에 편철됐다. 사건 은폐 의혹이 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관련기사 :
'로비 수첩'까지 얻어놓고... 사라진 '휴게소 비리 사건',
휴게소 비리 내사기록은 왜 숨어 있었나?). 갑자기 사라진 사건 주변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도로공사 로비 의혹만 나돌았다.
검찰수사는 김 의원이 원주지청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진행됐고, 그가 퇴임한 직후 '편철'이라는 묘한 식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당시 검찰이 체포와 압수수색 등을 벌였고, KBS 원주방송에서 수사내용을 비중있게 보도했다는 점을 헤아리면 김 의원이 이 사건을 모를 리 없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체포와 압수수색을 벌이고, 언론에서 보도할 정도의 사건이라면 당연히 수사내용이 지청장에 보고되고, 사건을 종결할 때도 최종 승인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 사건 자체뿐만 아니라 (수사내용 등을) 보고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휴게소와 도로공사, 관할행정기관 등이 얽히고 얽힌 비리 의혹 사건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는데 최종 책임자였던 김 의원은 "기억이 안 난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런 그가 불완전하게나마 국정원의 선거·정치개입을 밝혀낸 검찰수사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구태 중 구태인 색깔론까지 동원하면서 말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친정'에선 "김 의원이 검사 출신임을 포기하고 정치꾼이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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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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