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료원 장례식장의 민상호, 박선영 장례지도사가 염습에 앞서 마지막으로 고인을 고정할 염베를 잘라 만들고 있다.
정민규
한지와 솜을 누벼 만든 기저귀와 버선을 시작으로 악수(손싸개), 속바지와 속적삼, 바지저고리, 두루마기, 도포, 꽃신 순으로 수의를 입혔다. 간혹 피부화장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유족에 따라 원치 않는 경우도 있고, 황달을 앓던 분들은 오히려 피부색이 이상해져 색조화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신 로션과 헤어젤로 얼굴과 모발을 정돈했다. 빗질로 머리카락까지 쓸어넘기면 유가족을 만날 시간이다. 장례지도사가 빈소로 가서 입관을 알리면 유가족들이 무거운 발걸음을 염습실로 옮긴다. 가족이 들어오자 박 지도사가 정중히 가족들을 맞았다.
"오시기 전에 저희들이 손수 닦아드리고 깨끗한 모습으로 모셨습니다. 아버님 마지막 모습 지켜보시고, 아버님 이마에 손 한번 올려드리면서 따뜻한 온기 전해주시고 좋은 곳 가시라고 빌어주십시오"박 지도사의 말이 끝나자 유가족들은 고인의 이마에 손을 얹고 그동안 못 다했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장남은 "좋은 곳 가시고, 이제 더 이상 아프지…"에서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 이마에 손을 얹은 차남은 "왜 이렇게 차갑냐"며 싸늘하게 식어버린 아버지의 죽음을 손끝으로 실감했다. 딸이 아버지를 부여잡고 "이제 정말 잘 살게요"라고 울부짖었지만 편안히 누운 고인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게 고인의 동생과 사위도 한마디씩을 끝내자 염이 시작됐다.
염은 유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다. 고인 밑에 놓인 칠성판(오동나무 판자)에 고인을 꽁꽁 묶어서 굳었던 몸을 펴게 한다. 얼굴까지 덮고 나면 관으로 모실 차례. 아들들이 고인을 부여잡고 관 안에 편안하게 아버지를 눕혔다. 평소 고인이 즐겨 입던 옷가지까지 챙겨 넣으면 이제 세상에서 고인의 흔적은 산사람들의 머릿속에만 남는다. 유족과 장례지도사가 고인에게 마지막 절을 올렸다. 기자도 따라 절을 했다. 명복을 빌고 또 빌었다.
어느 행려 사망자의 쓸쓸한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