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석유화학고등학교 모습
오문수
설명을 들은 후 교장선생님의 학교 경영철학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교육계획서는 대개 교무부장이나 연구부장이 만들기 때문이다. 잠시 후 책상에서 서류 몇 가지를 가져온 교장이 자신이 제작한 공모계획서와 이력서를 보여준다.
아니! 교육계획서의 학교장 교육목표와 공모계획서가 똑같지 않은가! 나는 당연히 교무부장이 만든 줄 알았다. 학교 경험이 없는 분이 어떻게 저런 교육목표를 말할 수 있을까? 하며 의아해 하고 있는데 교장선생님의 학교 경영관을 듣다가 귀가 번쩍 띄었다.
"연초에 전국 폴리텍대학 주최 전남 교장연수가 있었어요. 광주전산고 이영주 교장선생님 말씀이 '취엄과 관련 각 기업 CEO를 만나 어떤 인재를 원하느냐고 여쭤보니 전문기술은 회사에서 가르칠테니 학교에서는 인성교육이나 똑바로 해달라'는 얘기를 했어요. 그리고 2010년도에 여수시 테크니션스쿨 인재상을 만들기 위해 여수산단 인사팀장들을 만났는데 인사팀장들의 요청은 첫째도 인성교육, 둘째도 인성교육, 셋째도 인성교육을 시켜서 회사에 보내달라는 겁니다. 기업체에서 필요한 전문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기술인이기 전에 갖춰야 할 인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글로벌 마인드를 지닌 장인을 길러내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긍정 마인드를 가진 장인을요." 꽉 다문 입과 자신감 넘치는 말투에서 그의 신념을 읽을 수 있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긍정주의자이며 일을 시키면 안 되는 이유보다는 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사람을 육성하는 게" 교장의 꿈이다.
진정성이 없으면 안 된다며 무감독 시험을 이뤄내는 것도 그의 목표다. 패배감에 젖어 있는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강점을 개발해 현장을 혁신할 기술명장을 기르겠다는 포부로 조교장이 내세운 슬로건을 보면 그가 얼마나 의식개혁에 치중하는가 알 수 있다.
"능력의 차이는 열배, 의식의 차이는 백배' 산업체가 바라는 인성을 길러 학생들에게 비전을 심어주고 교직원들에게는 보람을 심어주려는 게 목표인 그는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자신이 금과옥조로 여길 행동규범을 만들 것을 제시했다.
학생들은 교장선생님이 준 숙제를 하느라 요즘 머리를 싸매며 고민하고 있다. '나의 인생 사명서'와 '인생목표 100가지'는 전교생이 의무로 제작해야 하며 전교생이 참여한 공통신조도 작성 중이다. 게다가 연말까지는 반별 10계명도 만들어야 한다. 이들의 목표를 모아 책을 펴낼 것도 그의 플랜이다.
조교장과 대화하면서 의문이 들었다. 교육현장에 계시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학생들을 잘 알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까? 대화하는 동안 의문이 풀렸다. 공대에서 기계설계를 전공해 회사에 근무하다가 LG화학 인재개발팀장을 맡으며 직원들의 인성교육과 전문성교육을 해왔다.
28년 동안의 회사 근무를 마친 그는 2010년 여수시 테크니션스쿨 원장으로 초빙 받아 기업에 필요한 인재상을 만들고 직업교육에 전념했다. 여수시 테크니션스쿨은 여수산단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여수시가 만든 일종의 직업전문학교다. 전문기술인들을 양성하면서도 중점을 둔 것은 인성교육이다. 전원 금연, 무감독시험, 매일 감사일기 쓰기를 통한 품성함양이 주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