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가계부채 정책 청문회에서 기관보고를 마친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현오석 부총리.
남소연
10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여야정'이 머리를 맞댔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가계부채 정책 청문회'엔 현오석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를 비롯해 신제윤 금융위원장,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등 경제부처 장관들이 총출동했다. 소속 상임위가 달라 평소 국회에선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덕분에 정부 부처 간 미묘한 입장차이까지 확인할 수 있었지만, 여야 시각차엔 미치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 실패와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기금' 문제를 집중 거론한 반면 여당 의원들은 가계부채 원인으로 노무현 정부시절 부동산 가격 폭등과 국민의 정부 신용카드 규제 완화까지 거론했다.
"야당은 이명박-박근혜 탓, 여당은 김대중-노무현 탓"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제도권 가계대출 억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저신용·저소득 대출이 제2금융권으로 이동해 지난 2년간 급속히 악화됐다"면서 "고금리, 다중채무, 소득 악화 등 3중고에 시달리고 불법채권 추심 같은 복합적 문제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 역시 "선진국에 비해 가계부채 규모 많고 부실 위험성이 높은 건 정부정책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2008년 리만브라더스 사태 때 채무 조정 안 하고 돈 빌려 집사라고 고환율, 저금리정책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박근혜 정부 핵심공약인 국민행복기금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이용섭 의원은 "대선 때 322만 명 채무 연체자에게 혜택 주겠다고 홍보해 기대했는데 32만 6천 명으로 줄었다"면서 "이명박 정부 때도 36만 3천 명, 참여정부 희망모아도 52만 명을 했는데 채무조정 수준이 역대 정권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반면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은 저축은행 규제 완화 문제를 지적하면서 "88클럽(고정이하여신비율 8% 이하, BIS(국제결제은행) 비율 8% 이상)에 속하면 개별 차주에게 80억 원 이상 대출도 가능하게 해 프로젝트파이낸스(PF)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어졌다"면서 "88클럽 완화는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했고 이걸 증폭시킨 게 이명박 정부"라고 지적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은 "가계 대출 문제는 90년대 말 신용카드 규제 완화에서 출발했다"면서 "2003년 카드 대란 전까지 카드로 인한 신용대출이 주택대출로 이어진 것"이라고 '국민의 정부' 책임론까지 거론했다.
이에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야당은 이명박 정부 탓, 박근혜 대통령도 초록동색으로 보는 경향이 있고, 여당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탓으로 돌리는 의도가 있는데 역대 정권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정치권과 관료 모두 네 탓 내 탓 할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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