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웅시키나엔을 즐기던 왕의 어전이다.
노시경
붉은 기와가 인상적인 어전은 류큐 왕조 목조 건축물의 품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어전 외관의 지붕선과 기와를 보면 중국 목조 건축양식의 영향을 짙게 받았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켰던 류큐는 일본에 합병되기 전에 중국과 더 활발한 교류를 벌였고 이 어전도 류큐의 독자적인 건축양식과 함께 중국 건축양식이 결합되어 지어졌다.
어전은 신발을 벗고 올라서면 내부 전체를 구경할 수 있다. 나는 맨발로 옛 왕가의 목조건축물을 느껴보려 하였지만 건물의 나무바닥은 유적지의 고졸한 맛이 전혀 없다. 마치 바로 엊그제 교체한 아파트의 나무바닥 제품같이 바닥이 너무 반질반질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오키나와 전투에서 이 어전이 파괴되었다가 최근에 복원되었기 때문이다. 어전의 안에는 파괴된 어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어전이 파괴되기 전 메이지시대(明治時代)와 다이쇼 시대(大正時代) 때 증축되었던 어전의 흑백사진들이 잔뜩 전시 중이다.
밖에서 볼 때 몇 채의 건물이 각각 세워져 있는 것처럼 보였던 건물들은 안에서 보니 15개 방의 내부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일본 본토 왕가와 귀족의 저택은 방마다 칸막이가 많고 방의 구획이 마치 밀실처럼 은밀하게 구분되어 있는데 이 어전은 공간이 매우 개방적인 느낌을 준다. 게다가 어전의 마루는 정원과 연못을 향해 시원스럽게 트여 있어서 정말 이 안에 살고 싶은 편안함을 준다.
아내와 함께 어전의 마루에 걸터앉아 돌다리와 정자, 연못을 한가하게 감상하였다. 어전 바로 앞에서는 관리인 아저씨가 나무들을 정성스럽게 다듬고 있다. 햇살은 따사롭지만 예상 외로 덥지는 않다. 선선한 날씨가 이국의 정경을 감상하는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나는 아열대의 숲 속에 숨겨진 왕의 정원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왕과 중국의 사신만이 노닐던 이 정원을 나와 아내 단 둘이서 방해받지 않고 감상하고 있으니 이도 작은 행복이다.
연못 주위를 따라 산책로는 계속 이어진다. 산책로에는 주변 명승지에 대한 간략한 설명문, 그리고 답사할 때에 들러야 할 길의 순서를 표시해 놓은 표지판이 꼼꼼하게 세워져 있다. 어전을 나와 연못 주변을 답사하면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돌다리, 이시바시(石橋)다. 정원의 다리치고는 꽤 큰 이 돌다리는 다리의 가운데가 아치형으로 굽어 있는데 이는 누가 봐도 중국 정원양식의 영향이다. 이 다리는 중국과의 활발했던 교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대 석조구조물 작품같은 돌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