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근 관동대 토목학과 교수가 1월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10만인클럽 긴급기획> 4대강 시민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우성
박창근(53)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어제(10일) 기분이 좋아 술 한잔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꺼낸 이후부터 줄곧 반대쪽의 선두에 섰다. '4대강 살리기'란 이름으로 사업명이 바뀐 뒤에는 계속 "그 내용이 한반도 대운하와 일치한다"고 지적하는 한편, 보의 안전성 문제 등을 제기해왔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를 위한 것'이라는 감사원의 10일 발표는 "그동안 시민단체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내용을 정부 기관이 확인해준 것"이라며 "결국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잘못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논리를 만드는 일에 가담한 전문가들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지휘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어떠냐고 묻자 "(더 말해봤자) 제 입만 아프다"며 웃었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악화됐다'는 감사원의 지난 1월 감사 결과 발표에 이어 사업 목적은 결국 대운하였음이 드러나면서 그의 오랜 싸움도 하나둘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이제 (싸움의) 라운드가 바뀌었을 뿐"이라며 "현실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당장 4대강 사업을 검증하겠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검증위원회 구성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박 교수는 "이전 정부와 가장 차별화하기 좋은 게 4대강 사업인데, 관료들 반발도 거세고, 박근혜 정부라는 한계도 있다"며 우려했다. 그는 "여러 가지 방안들을 검토해보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보수·진보를 떠나 국익 차원에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오마이뉴스>가 그와 1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나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정부가 시민단체 주장 확인했을 뿐... 찬성 전문가들 책임져야"- 10일 감사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4대강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를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그동안 시민단체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내용을 정부의 권위 있는, 공식 기관이 확인해준 것이다. 우리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를 그렇게 많이 얘기했는데…. 결국 이런 사태에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 4대강 사업을 책임지라'는 말을 계속 하고 있지만, 도대체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지라는 뜻인가."가장 먼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잘못된 논리를 들어가며 4대강 사업을 찬성한 전문가들이라고 본다. 그들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한국이 독립한 지 60여 년인데 아직까지도 일제 잔재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당시 일제에 부역했던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들이 해방 후에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일제 부역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일도 어찌 보면 우리 사회에 하나의 큰 획을 긋는 일이다. 전문가들이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정부 시책에 찬성하면 예산낭비와 환경파괴, 온갖 부정부패가 발생한다고 배웠지 않나? 이걸 그대로 두면 제2, 제3의 4대강 사업이 생겨도 '그거 해보니 재밌던데?'란 말이 나올 것이다. 실제로 4대강 사업에 참여한 전문가 중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 용역을 21건이나 한 사람이 있다.
찬성 쪽 최전선에 섰던 한 전문가는 이 대통령 임기 말에 몇 백억 원짜리 연구사업단을 꾸리기도 했다. '잘못된 사업이어도 정부 편을 들으면 떡이 생긴다, 지나고도 괜찮더라' 이런 걸 심어주면 안 된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4대강 사업에 관련된 전문가들의 책임을 어떤 식으로든 물어야 한다."
-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 어쨌든 사업을 추진토록 지시한 사람이다. "제 입만 아프다. 뭘 더 얘기하겠냐(웃음)."
- 지금껏 부실 설계·시공 문제를 계속 지적했다. 그런데 그 부실 설계·시공할 수밖에 없었던 게 결국 대운하를 염두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은 아닌가."제가 옛날부터 중요하다고 지적해온 점이, 2008년 12월 (대통령 소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세운 14조 원짜리 4대강 정비사업 계획이 6개월 만에 (4대강 살리기사업) 마스터플랜으로 바뀌면서 (규모가) 22조 원으로 늘었다. 계속 이걸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그 이유를) 알고는 있었는데, 우리가 말하면 아무도 안 믿어주니까… 결국 (4대강 사업은) 운하 사업을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는 게 감사원이 밝힌 내용 아니냐.
전 세계적으로 이런 사례가 없다. 22조 원이나 되는 사업을 6개월 만에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또 6개월 만에 실시설계까지 다 해버렸다. '시작하자'고 해서 공사 들어가기까지 1년도 안 걸렸다. 타당성도 평가해야 하고, 기본계획 세우고, 영향평가 등을 해야 하는데. 결국 '부실설계를 하라'고 한 것이다.
또 제가 계속 '보가 위험하다, 모래 위에 서 있다'고 했더니 국토부에서 저를 고소·고발했다. 그런데 보도자료에서 '보는 전 세계적으로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럼 국제적으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보를 큰 하천에 세우는 일 자체가 '부실설계를 했습니다'라고 인정하는 셈이 아닌가."
"될 수도 없는 운하 사업 때문에 8조 원 낭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