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에너지 소비 문제, 소득으로 보조해줘야"

[인터뷰] 강승진 한국자원경제학회장

등록 2013.07.15 12:04수정 2013.07.1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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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전력수요가 공급 능력을 초과해 예비전력이 마이너스 198kw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이렇듯 에너지 문제가 부각된 가운데 일부 원자력 발전소 가동까지 중단돼 대규모 정전사태인 '블랙아웃'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자원경제학회장인 강승진(56)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의 전력 위기의 원인과 대책 등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중인 강승진 한국자원경제학회장 ⓒ신정아
인터뷰 중인 강승진 한국자원경제학회장 ⓒ신정아온케이웨더

- 올해 겪고 있는 전력위기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지.
"이미 우리나라의 전력위기는 2년 전부터 예견됐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년 들어와서 원자력발전소가 예기치 않게 정지가 되었는데 현재 23개 중 9개의 원전의 가동이 중단 상태다. 여름철 냉방수요 때문에 안 그래도 전기사용량이 늘어났는데 원자력 발전소의 절반 정도가 서 있기 때문에 비상이다. 전기는 저장이 안 돼서 수요와 동시에 공급이 나가므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가 중단돼 버리면 문제가 커진다. 만약 이런 상황에 정부의 비상대책이 없다면 대규모 정전사태인 블랙아웃이 도래할 수도 있다. 블랙아웃이 오면 전국이 정전 되므로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 그렇다면 이러한 전력난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물가상승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책정하고 있다. 휘발유나 경유에는 많은 세금이 붙는 반면, 전기에는 세금이 없다. OECD 국가 중 한국이 가장 저렴하다.
모든 에너지를 다 수입하는 나라인데 전기료가 원가 이하로 저렴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결국 그 비용을 충당하느라 손해를 보는 곳은 한국전력인데, 해마다 적자가 늘어나 부채규모가 5조를 넘는 실정이다. 결국 가장 큰 원인은 원가보다 낮게 책정한 전기요금이다. 요금이 너무 싸다보니 사람들은 많이 사용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 가정의 절전 노력이 전력난 해소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나.
"우리나라 전력소비의 55%는 산업용이고 일반 서비스업이 25%이다. 두 부문을 합치면 80%나 된다. 그에 비해 가정소비는 총 20%가 안 된다. 산업이나 서비스용은 생산과 관련이 있다는 점 때문에 중요하게 취급된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생산 활동에 쓰는 전기는 최대한 지원하자"는 입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가정에서의 절전을 당부하게 됐다.

가정용도 요금은 똑같이 저렴하나 '누진제'가 적용된다. 100kw 이하까지는 원가의 절반 요금을 지불한다. 그러다 200kw∼300kw 쓰면 더 비싸지고 500kw 이상까지 가격은 단계별로 6단계에 걸쳐 가격이 누진적으로 책정돼 있다. 최저와 최고 요금은 11배나 차이가 난다.

보통 가정에서는 에어컨을 안 켤 경우 월 평균 250kw 정도를 쓴다. 그런데 냉방을 하게 되면 300kw가 넘어가게 되는데, 가정용은 전기소비를 많이 할수록 비싼 요금을 문다. 누진제를 잘 알고 있는 주부들은 요금폭탄이 두려워 알아서 많이 절약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용은 큰 타격이 없다. 만약 가정에서 완전히 전기 절약을 시키려면 다른 가전제품들의 대기전력들을 꺼버리는 것이 방법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봤을 때 절약의 여지는 많지 않다."


- 산업용이나 상업용에 절전 여지가 더 많지 않은지.
"줄일 수 있는 여지가 큰 부문은 물론 산업용이다. 과도한 절전이 생산 활동에 차질을 빚게 하지 않겠냐는 의문이 당연히 생긴다. 하지만 전기요금이 낮게 책정된 탓에 산업계에서도 굳이 안 써도 될 곳에 불필요하게 많이 쓰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건물 냉방과 난방이라든지, 상업용에도 문 열어 놓고 냉방 하는 등 과소비하는 것은 문제라 본다."

- 에너지 빈곤에 대한 대비책에는 무엇이 있는가.
"에너지 빈곤에 대해서는 두 가지 포인트로 나눠서 봐야 한다. 크게는 우리나라 전체의 에너지 자원 빈곤, 즉 에너지 자급을 어떻게 할 것이냐다. 현재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건 약간의 가스나 신재생 에너지 뿐이다. 에너지 자원의 96%를 수입하고 있는데, 이렇게 비싼 돈 주고 산 에너지들을 펑펑 쓰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저소득층의 에너지 소비 문제이다. 소득 중 에너지 사용 비용이 10%가 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하지만 취사·겨울철 난방·여름철 냉방·조명 등은 생활필수인데 안 쓸 수는 없다. 이것으로 나가는 실제 전기료가 얼마 안 되더라도 이러한 저소득층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것은 에너지 공급 문제라기보다 사회보장 문제로 봐야 한다. 이전까지는 전기요금을 할인해줬지만 이것 또한 한전에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강승진 교수 약력
-1957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프랑스 그르노블 제 2 대학교 박사학위
-1983. 09 ~ 2002. 02 :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02. 03 ~ 현재 :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
-2011. 10 ~ 현재 :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장
-[현]한국자원경제학회장
-2013 대구 세계에너지총회 조직 위원회 기술프로그램 분과위원

-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이 있는지.
"가격으로 보조하지 말고 소득으로 보조해줘야 한다. 가격 보조를 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도 싼 전기를 쓰려고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실질적인 빈곤층한테는 소득보조를 해주는 것이 올바르다.

전기요금은 똑같이 받되 쿠폰 형식으로 만들어 '에너지 바우처(voucher)'를 주자는 생각이다. 이 쿠폰은 전기요금으로만 쓸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최소한 원가 수준으로 전기요금을 올리자는 것이다. 지금보다 15% 정도는 더 올려야 한다고 본다. 연탄은 이미 바우처 제도를 진행 중이다. 에너지 지출 비용은 경감시켜 줄 수 있다. 앞으로는 전기·가스 다 해야 한다. 이렇듯 가격보조 보다는 소득보조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데... "인상은 하되, 목표를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시급히 전기요금에 대한 원가를 회수해야 한다. 원자력 발전원료에 대한 사회적 비용 등을 세금에 붙여서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 현재 수입한 석탄·원자력은 세금이 하나도 붙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전기요금 인상계획을 장기적으로 세워서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국민에게 알리는 일이다. 장기적인 계획에는 세 가지 큰 틀이 있다. ▲우선적으로 전기요금의 원가회수 ▲국제연료비용 연동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발전용 연료에 대한 과세 등이다. 이 요소들을 반영해 전기요금 상승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 요금 인상이 기업들에게는 당장 큰 부담이 된다.
"물론 현재 전기를 많이 사용하지만 국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공장들은 피해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며 앞으로는 가능하면 전기를 덜 쓰는 다른 산업들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전기요금을 불가피하게 인상하지 않으면 전기를 많이 쓰는 외국계 공장들까지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나라 전기를 소비하는 산업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

강승진 학회장은 여러 가지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에너지 가격 결정이 왜곡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결단력 있는 장기플랜 제시를 통해 국민과 기업에게 일관성과 신뢰성을 심어주는 가운데 요금 인상을 실행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강승진 학회장은 “전력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장기대응 플랜 제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정아
강승진 학회장은 “전력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장기대응 플랜 제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정아온케이웨더

덧붙이는 글 신정아(jungah63@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인터뷰 #강승진교수 #에너지경제 #한국산업기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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