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정의의 나라 8차포럼에서 윤여준 전 장관이 발제를 하고있다.
원혜영의원실
통치능력이란 국가의 흥망성쇠를 책임지는 사람이 갖춰야 할 특수한 자질과 능력이라고 일반적으로 정리된다. 통치능력의 자질에 대한 일반 이론은 없다. 그래서 제가 정리를 해보니깐 한국은 여섯 가지 요소가 있더라.
첫째로 시대적 과제인 비전을 제시할만한 식견이 있어야 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국정운영의 원리가 제시됐어야 했는데 이후 등장한 대통령들이 이것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박정희 산업화 모델이 지금까지 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문제설정 사이의 간극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
둘째로 중요한 것이 정책능력이다. 자신의 비전실현을 위해 정책을 만들어야 하고, 정책을 만드는 능력과 정책을 추진하는 능력은 따로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그것을 추진하는 능력이 없으면 정책이 다 망가진다.
셋째로 제도관리능력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국정은 법과 제도로 이뤄지는 것이라서 정책 구현을 위해 어떤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어떻게 바꾸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다음으로 제일 중요한 능력이라 할 수 있는 인사능력이 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정책도 정책을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이 외교능력이다. 마가렛 대처가 재임시절 중견국가에서 외교능력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했다. 우리는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외교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한국 대통령이기 때문에 필요한 능력이 한반도 평화관리능력이다.
"기초소양인 공공성에 대한 인식, 민주주의 가치의 내면화가 더 중요"화려한 고층빌딩을 짓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기초공사가 중요하고 모든 종목의 운동선수에게 체력이 기본이듯 국가통치능력을 구성하는 여섯 가지 요소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기초소양이다.
첫째는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하고 둘째는 민주주의 가치가 내면화돼 있어야 한다. 능력은 출중한데 기본적인 이 자질이 없으면 거꾸로 국가, 국민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먼저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근대국가는 국민을 상대로 합법적 폭력(공권력)을 동원하고 강제력(세금부과·병역의무)을 행사한다. 국가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핵심가치가 공공성이기 때문에 이것을 지키기 위해 국가가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자동적으로 공공성의 가치를 상징하는 존재여야 한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투철하지 않았다. 그래서 권력을 남용하고, 정실 인사를 하고 필연적으로 부정부패를 야기하는 것이다.
시대정신이라 평가받는 경제민주화도 공공성의 개념으로 봐도 충분하다. 많은 학자들이 경제력이 집중돼 자본권력이 국가권력을 압도한다고 진단을 한다. 국가는 공공성의 가치를 지키는 게 생명인데 비대해진 경제권력으로 인해 공공성보다는 특정기업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일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재벌공화국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지 않나. 공공성을 파괴하는 일이기 때문에 용납돼서는 안 된다.
두 번째 민주적 태도의 내면화는 무엇인가. 민주주의는 절차적 민주화를 넘어서 국가와 정치의 운영방식으로 인식돼야 한다. 민주적 태도가 내면화되지 않으면 대통령직에 대해서 인식이 투철해지지 않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은 위계질서 속의 일인자가 아니라, 동료들 중의 일인자이다. 다시 말해 집단의사결정과정의 관리를 최고 책임지는 자리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동료 중 1인자라고 자기 자신을 자리매김해야 한다.
"집권당이 국민과의 소통에 역할해야"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국민과의 소통이 항상 안 돼서 이명박 대통령은 끝내 불통 딱지를 못 떼고 퇴임했다. 따지고 보면 대통령이 어떻게 국민과 일일이 소통하겠나.
소통의 상당 부분을 전국조직을 가진 집권당이 맡아서 국정을 설명하고 지지를 획득하고 그 과정에서 민의를 행정부에 전달해 국정에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취임하면 집권당이 무력화된다. 국민 중에 누가 새누리당이 집권당이라 인식하나. 집권당이 어떻게 대통령 입만 쳐다보고 있을 수 있나. 대통령도 당을 그렇게 두면 결국 자기에게 부담이 오기 마련이다. 나중에 집권하면 집권당을 활성화 시키는 게 대통령에게 제일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해야 한다.
"박 대통령, 국가 미래 청사진 제시 못하고 있어"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5개월에 대해 경향성, 특성을 놓고 조심스럽게 총평을 해보면 북한의 3차 핵실험 등 일련의 강도 높은 위협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전임자에 비해 의연·신축·탄력적으로 대응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청사진(Blue print)에 해당하는 통치비전은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금 모든 분야의 모순이 누적될 때로 누적돼서 미봉책으로 넘어가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근본적인 국정 운영원리의 전환이 필요한데 박근혜 대통령이 뚜렷하게 제시한 게 없다.
"대통령의 깨알지시, 창조성 죽인다"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성을 굉장히 강조하는데 언론보도를 통해 보면 만기친람, 깨알지시를 한다. 수석회의를 1시간반동안 하면 한 시간동안 지시를 하는 것은 창조성을 죽이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는 물론 각료가 대통령 입만 쳐다보게 되고 능동적, 자발적으로 일 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실과 괴리된 성과위주의 보고가 올라오게 된다. 현실과 다른 보고 올라오지 않도록 대통령이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외교 분야를 보면 한미·한중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부각된 측면도 있지만 본질에 들어가 보면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판이한 입장이 사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수를 찾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을까 아직은 의문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인사능력이다. 정부가 인사 때문에 두 달 지각 출범한 게 헌정 사상 있었는지 모르겠다. 윤창중 대변인의 인사과정과 사건을 처리하는 모습에서 우려된다. 이 부분 개선 안 되면 국정수행이 어려울 것이다.
또한 안보라인의 인사가 육군참모총장 출신 일색인 것도 문제다. 우리는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안보핵심이 외교다. 박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국방 개념으로 보는 것 같다. 국방이 안보가 아니다.
외교안보 문제 외에 다른 분야에서는 아직 특별히 국정운영상의 지도력이 발휘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 중에 NLL대화록, 4대강 감사와 같은 과거지향형 의제가 부각되면서 민생이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다.
"광복절 축사에서 국정철학 제시하고 내정에 집중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