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 시민기자. 눈 속에 '창밖의 세상을 직접 만져보고 싶은 순수한 욕구'가 느껴지는 듯하다.
김동주 제공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반갑습니다. 많은 지인들이 제가 쓴 기사에 표기되는 '김동주 기자'를 보고 직업기자가 됐느냐며 물어오지만, 저는 취미로 글을 쓰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 배낭을 메고 세계일주를 떠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첫 번째 기사(관련기사:
회사 때려치우고 세계여행 떠납니다)에도 나와 있듯이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언젠가 세계일주를 할 테다'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지금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당시 시대상이 어린 저를 부추겼던 것 같습니다. <은하철도 999> <엄마 찾아 삼만리> <꼬마자동차 붕붕>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폴> <80일간의 세계일주>. 제가 참 좋아했던 작품들인데 하나같이 방랑벽 있는 주인공들이 자기 정체성(혹은 엄마)을 찾아 꿈과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들이에요.
아마 이때부터 책이나 TV를 통해서가 아닌 '창밖의 세상을 직접 만져보고 싶은 순수한 욕구'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2009년 초, 스물아홉 나이에 대기업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서울에서 새 출발을 할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날지 몰랐어요.
남들 눈에는 부족한 게 없어 보였을 테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습니다. 거의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며 일에 매달리게 될 때도 있었고, 해마다 한두 번씩 해외 출장에 다녀와서 의미 없이 겉도는 생활이 반복되자 어느 순간부터 강제로 쉬어야겠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러다 비교적 여유로운 회사 생활을 하게 됐어요. 근데 그 기간이 길어지자 점점 나태해지더군요. 어느 순간에는 회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없어진다는 느낌까지 받았어요. 그렇게 세월이 지나가던 중 제 방 한쪽에 붙어 있었던 세계지도를 자주 쳐다보게 됐어요. 그 후로 약 10개월 동안 진지한 고민을 계속하다가 결국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면 하고 후회하자'는 생각으로 2012년 여름에 사표를 던지고 떠났습니다.
오래 전부터 참아왔던 호기심, 창밖에 어떤 세상이 펼쳐져 있는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고 덤벼보기로 한 거죠.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면 하고 후회하자'는 말은 신입사원 교육 때 들은 말인데… 그걸 이렇게 써먹었네요."
"아직도 세상물정 모른다"던 부모님 반대 있었지만...- 혹시 식구들의 반대는 없었나요. 다 때려치우고 떠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서른이 넘었는데 아직도 세상물정을 모른다'며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가 있었습니다. 직장 상사는 물론 제 동기들도 처음에는 대부분 쉽게 믿지 못하는 눈치였어요. 아마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는 핑계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분위기를 알고 있었기에 사표를 낼 때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들고 갔었습니다. 제 굳은 의지를 알리기 위해서요. 내가 원해서 가지게 된 직업을 관두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건 확실해요. 그렇지만 저 창밖에 더 멋진 세상이 펼쳐져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멋진 직업을 그만둘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여행이 너무 지나치면 가족들에게 버림받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 세계일주를 마친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세계일주를 떠나기 전에는 내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전혀 다른 일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여행을 떠나 제가 직접 만나본 세상은 항상 아름답지만은 않았어요. 어쩔 수 없는 부조리나 아픔과 마주칠 때마다 '한국에서 내가 느꼈던 불만이나 불평등은 별 것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느 순간부터 돌아가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은 무선 통신과 관련된 기술을 연구하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직업과 별개로 책을 꼭 내고 싶어서 혼자 쓰고 있는 중이기도 해요."
- 현재 연재를 하고 있는데,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세계일주 중 실시간으로 블로그에 포스팅했어요. 다만 그때는 풍부한 느낌과 감정을 담기보다는 어디를 갔고, 여기는 이렇게 가면 된다 정도의 정보 전달만 했었죠. 한국과는 인터넷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매일매일 글을 쓰는 것 자체도 무리였고요. 만약 누군가 나와 같은 경험을 꿈꾸는 이가 있다면 더 쉽게 이루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연스레 소싯적 조금 하던 글쓰기를 활용하기로 했지요."
- 현재 연재 중인 기사에는 아프리카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앞으로 어떤 곳의,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알려주세요."여행했던 대륙의 순서는 아프리카→중동→남미→중미→북미입니다. 시작을 낯선 아프리카로 정했던 건 지금 생각해봐도 잘한 결정인 것 같아요. 처음에 아프리카에 가지 않으면 나중에 가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 지난 세계일주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를 꼽아본다면?"세 가지가 기억에 남는데요. 아프리카에서 원숭이에게 가방을 빼앗겼던 이야기(관련기사 :
'소매치기' 원숭이 때문에 목숨 걸고 저벽 아래로...), 어느 태평양에서 한 남자가 저를 사랑(?)했던 이야기 그리고 지구 반대편에서 친구 JUN과 합류했던 이야기. 원숭이 사건은 이미 기사로 나갔지만, 나머지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나중에 기사로 공개하겠습니다."
"세계일주 꿈꾸는 당신, 욕심부리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