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서 땀 뻘뻘 흘리며 장어국 끓였습니다

더위에 지친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 제가 나섰습니다

등록 2013.07.19 10:04수정 2013.07.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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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해 장어국 만들기에 나섰습니다.
폭염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해 장어국 만들기에 나섰습니다. 김동수

정말 덥습니다. 더위를 이기기 위해서는 많이 먹어야 합니다. 하지만 입맛이 없습니다. 입맛을 돋우는 먹을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무엇을 만들어야 아이들 입맛을 되찾아주고 더위를 이길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결론은 장어국입니다. 장어국은 우리 가족들 보약입니다. 겨울과 여름 그리고 봄과 가을 가족들 힘이 빠지기 시작하면 끓여먹습니다.


"여보 우리 장어국 끓여 먹을까요? 더위 때문에 입맛도 없고, 아이들도 힘들어 하잖아요."
"그럼 당신이 끓이세요."
"오늘(16일)은 내가 다 준비할 것이니까. 당신은 가만히 계세요."
"당신이 끓이면 더 맛있잖아요."


아내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저는 장어를 사러 나섰고 막둥이가 동행했습니다. 막둥이는 아빠가 장어국을 끓여준다고 하자, 하늘을 날아가는 듯 좋아합니다.

"아빠 오늘 장어국 끓이면 두 그릇 먹을게요."
"그럼 많이 먹어야지."
"아주머니 장어 1kg에 얼마예요?"
"2만1천원입니다. 요즘 장어가 많이 비쌉니더."
"……"
"아빠 장어국 먹고 싶어요."
"아주머니 그럼 주세요."

"아빠 다른 것은 안 사세요?"
"단배추와 숙주나물도 사야지."

 장어국에 넣기 위해 숙주나물과 배추를 샀습니다.
장어국에 넣기 위해 숙주나물과 배추를 샀습니다. 김동수

장어 1kg과 단배추, 숙주나물을 샀습니다. 지난 겨울보다 4~5천원은 더 올랐습니다. 너무 비싸 사지 않으려고 했다가 막둥이와 아이들 때문에 샀습니다.

"아빠가 할 거예요?"
"엄마가 오늘은 아빠보고 끓이라고 해."
"아빠가 끓이면 맛있어요. 물론 엄마가 끓여도 맛있어요."

"지금부터 아빠가 장어국을 끓일 것이니까. 막둥이는 잘 지켜보거라."
"예!"


 배추를 다듬고 있습니다. 막둥이는 좋아라 합니다.
배추를 다듬고 있습니다. 막둥이는 좋아라 합니다. 김동수

 배추를 삶아내는 데 땀이 비오듯 쏟아졌습니다.
배추를 삶아내는 데 땀이 비오듯 쏟아졌습니다. 김동수

단배추를 뿌리를 잘라낸 후, 숙주나물를 다듬었습니다. 그리고 삶았습니다. 폭염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숙주나물과 단배추를 삶으니 땀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이 더위에 뜨거운 불과 뜨거운 물까지. '자식이 무엇이라고 이런 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옆에 있는 막둥이를 보니 이 정도 땀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빠 정말 땀 많이 흘린다."
"막둥이 맛있게 먹으라고 지금 끓이고 있잖아."

"아빠가 우리를 정말 사랑하는 것 같아요."
"막둥이와 형아, 누나가 맛있게 먹으면 아빠는 더워도 좋아."


 장어+단배추+숙주나물+고사리를 넣고 장어국을 끓이고 있습니다
장어+단배추+숙주나물+고사리를 넣고 장어국을 끓이고 있습니다김동수

펄펄 끓는 장어국을 보자 막둥이는 빨리 먹고 싶다고 합니다. 하지만 온 가족이 다 모였을 때 먹어야 한다는 말에 막둥이는 큰 양보를 했습니다.

"아빠."
"왜?"

"장어국을 자주 끓여먹지만. 끓일 때마다 맛있어요."
"아빠가 잘 끓이니까. 그렇지."
"누나 왔어요. 누나! 아빠가 장어국 끓였다."
"정말? 와 오늘도 밥 두 그릇 먹겠네."
"형아는 언제 오지. 엄마도 좀 빨리 오면 좋겠다."
"조금만 있으면 엄마와 형아가 올 것이니까? 기다리자. 우리는 '독수리5형제'잖아. 먹는 것도 함께 먹어야지."

"예!"

 보기만해도 맛있는 장어국 아이들은 한끼에 두그릇을 먹었습니다. 올여름 한 두 번은 더 끓여 먹어야겠습니다.
보기만해도 맛있는 장어국 아이들은 한끼에 두그릇을 먹었습니다. 올여름 한 두 번은 더 끓여 먹어야겠습니다. 김동수

아빠가 맛있게 끓인 장어국을 온 가족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막둥이 역시 두 그릇을 먹었습니다. 큰 아이와 딸 아이도. 아내는 앞으로 자신이 장어국 끓일 리는 없다고 했습니다. 끓인 제가 먹어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이틀만에 다 먹었습니다. 아이들은 힘이 생겼습니다. 장어국 먹은 힘으로 여름 더위를 이겨낼 것입니다. 올여름 덥다고 합니다. 장어국 한 그릇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장어국 두그릇을 가볍게 먹은 막둥이
장어국 두그릇을 가볍게 먹은 막둥이김동수

#장어국 #여름더위 #막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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