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 신곡 'Give it to me'로 화려하게 컴백한 씨스타가 약 한 달간의 활동을 마치고 2집 활동을 마무리했다. 씨스타는 대세돌이란 호칭답게 타이틀곡 'Give it to me' 뿐만 아니라 앨범 수록곡 전곡이 음원 차트 상위권에 랭크되는 활약을 보였다. 그러나 씨스타가 가진 매력과 앨범 수록곡을 대중에게 충분히 소개하기에 한 달이란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요즘 아이돌의 짧은 활동기간은 비단 씨스타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정규 앨범이 아닌 싱글이나 그룹의 '유닛' 활동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최근에 활동을 했던 티아라 엔포, 샤이니, 시크릿 모두 한 달간 활동한 것이 전부다.
팬의 입장에서야 보고 싶은 스타의 모습을 오래 볼 수 없다는 점에서 활동을 짧게 하는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이 같은 단순 '팬심'에 의해서 아이돌의 짧은 활동 기간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 대중음악계의 '인스턴트 식' 음악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에 이 같은 아이돌의 짧은 활동주기가 영향을 준다는 것이 문제다. 한 달이란 기간은 길다면 길지만,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했을 앨범의 진면목을 모두 보여주기에 짧은 기간임에 분명하다.
몇 년 전, 2NE1이 '앨범 전곡의 타이틀화'를 내세우며 컴백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당시, 'Can't nobody', '박수쳐', 'Go away' 등 앨범 수록곡 중 5곡을 가지고 활동했다. 그러나 이들이 활동한 기간은 고작 두 달이었다. 두 달간 5곡을 가지고 활동했으니 이들 노래의 유통기한이 2주였던 셈이다.
혹자는 활동기간이 끝난다고 그들의 노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데 짧게 활동하는 것과 앨범이 인스턴트화 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그러나 사람 심리가 과연 그러한가? 많은 기대 속에 화려하게 컴백했던 가수가 이제 활동을 정리한다며 모든 음악 방송에서 '굿바이 무대'를 연출하고 떠나버린 다음, 대중들은 그 음악의 '수명'이 다 되었다고 느끼지 않을까? 활동이 끝난 그들의 음악을 듣는 것이 '한물간' 음악을 듣는 기분으로 전락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불과 한 달 전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보인데도 말이다.
과거에는 이렇게 가수들의 활동주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 앨범을 내고 반응이 있을 때까지 노래를 부르고 방송을 했다. 그러다가 서태지와 아이들이 최초로 앨범 준비를 이유로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컴백'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이러한 문화는 전곡을 작사·작곡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특수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졌고, '문화 대통령'으로까지 여겨지던 거대한 영향력 탓에 그들의 음악이 인스턴트로 묻힐 리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언제든 인터넷을 통해 간단히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예전처럼 직접 음반 가게에 가서 하나하나 음반을 고르고 구입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따라서 한 번 들은 음악은 더 좋은 다른 음악으로 쉽게 대체되고, 아무리 좋은 음악도 TV나 인터넷에서 화제성을 잃게 되면 소원해지기 쉽다. 여기에 한 몫 하는 것이 바로 아이돌의 짧은 활동기간인 것이다. 싱글 앨범이나 미니 앨범 등은 곡 수가 많지 않아 단기간 임팩트 있게 활동하는 것이 더 맞는 마케팅 방법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10곡 가까이 되는 정규 앨범을 한 달 만에 소개하고 떠나버리는 그들이 야속한 것은 그들의 노래가 한 달짜리 유통기한을 가진 인스턴트로 전략하는 것이 아쉬워서다.
한 달, 혹은 몇 주라는 활동기간을 정하고 활동하는 만큼 그 활동기간이 곧 그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앨범의 '수명'과 동일시된다는 것을 아이돌 소속자 관계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중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의 노래를 음미할 준비가 되어있다. '소비자'들의 그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 다름 아닌 '판매자'라는 사실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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