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름다운 곳... 다시 오기 싫어진 까닭

[포토에세이] 풍경만 좋다고 좋은 여행지인가

등록 2013.07.24 13:47수정 2013.07.2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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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통영 야경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우는 통영의 야경, 이렇게 휴가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통영 야경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우는 통영의 야경, 이렇게 휴가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 김민수


일 년에 한 번, 길지 않은 여행이라도 큰 맘을 먹어야만 출발할 수 있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남해의 작은 섬을 여행하기로 했다. 섬에 일찍 들어가기 위해 통영에서 하룻밤을 자고 출발하기로 했다.

밤 9시가 조금 넘었는데 밤 10시면 문을 닫는다며 손님 받기를 꺼린다. 그러다 혼자가 아니라 일행이 더 많음을 확인하고는 "들어오시라"고 권한다. 이미 늦었다. 아무리 맛난 음식점이라도 그러고 싶지는 않다.


a 동피랑 마을 통영항에서 남해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 전에 잠시 동피랑 마을도 방문했다.

동피랑 마을 통영항에서 남해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 전에 잠시 동피랑 마을도 방문했다. ⓒ 김민수


다음 날 아침, 동피랑 벽화마을을 찾았다. 뱃시간이 여유가 있어 들른 마을, 그곳은 평온해 보였다. 왁자지껄한 여행객들이 현지인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았다. 다소 불편해도 그렇게라도 마을에 몇몇 가게들이 생기고, 그로 인해 소득을 얻으니 좋은 것일까?

a 여행 드디어 남해의 어느 작은 섬으로 출발, 하늘이 좋은 날이었다.

여행 드디어 남해의 어느 작은 섬으로 출발, 하늘이 좋은 날이었다. ⓒ 김민수


드디어 통영항에서 배를 타고 목적지로 향한다. 나에게 남해의 섬은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미지의 땅이다. 오늘 들어가는 섬 역시도 그렇다.

통영항에서 1시간 30분을 가야 도착하는 작은 섬. 그 섬에 대한 정보들을 하나둘 정리하고 입력하면서 하늘이 맑기를 바랐다. 그 바람대로 하늘은 맑고, 뭉게구름까지 덤으로 주어졌다. 바닷바람은 시원할 만큼만 불어 파도도 잔잔하다.

a 남해 남해의 섬, 언덕 산책길에 바라본 남해의 작은 섬들과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이 섬에 있음을 실감나게 한다.

남해 남해의 섬, 언덕 산책길에 바라본 남해의 작은 섬들과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이 섬에 있음을 실감나게 한다. ⓒ 김민수


바람이 분다. 풀이 흔들린다. 바다도 보이고 섬도 보이고 하늘의 구름을 맑다. 완벽하다.

a 등대섬 등대섬에서 바라본 풍광, 적조가 아니었더라면 더 푸른 남해의 바다를 만났을 것 같은 아쉬움도 있다.

등대섬 등대섬에서 바라본 풍광, 적조가 아니었더라면 더 푸른 남해의 바다를 만났을 것 같은 아쉬움도 있다. ⓒ 김민수


무더운 날씨를 뒤로하고 걷고 또 걸었다. 작은 섬이라고 우습게 보았더라면 큰 코를 다칠 뻔했다. 그러나 제법 험한 길임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었다.


걷다 감탄하고, 앉아 쉬고, 사진을 담고, 벗들과 담소를 나누는 걷기 여행은 숨가쁘지 않았다. 섬 곳곳에서 자라는 동백이 불게 피어날 즈음이면 더 아름다울 것 같다.

a 여행자 섬과 섬 사이가 열린 사이 그 길을 걸어가는 여행자

여행자 섬과 섬 사이가 열린 사이 그 길을 걸어가는 여행자 ⓒ 김민수


그래도 마냥 천천히만 걸을 수 없는 것은, 저 길에 다시 물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영겁의 세월 동안 닳고 닳은 돌멩이들은 부드럽다.


사람도, 파도 같은 시련을 겪은 사람도 저렇게 부드럽겠거니 생각해본다. 그랬으면 좋겠다. 독해지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워졌으면 좋겠다. 누구나.

a 선상낚시 낚시를 하는 여행자들

선상낚시 낚시를 하는 여행자들 ⓒ 김민수


다시 숙소 앞 포구로 왔다. 노을빛이 머지않아 찾아올 것이다.

a 일몰 일몰의 빛이 황홀하다. 오랫만에 보븐 빛이다.

일몰 일몰의 빛이 황홀하다. 오랫만에 보븐 빛이다. ⓒ 김민수


더 아름답기를 원했지만, 이 정도에 감사하지 않으면 욕심이다. 이런 날을 단 한 번 와서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 빛은 아주 오랫동안 곁에 있을 것 같더니만 이내 사라져버린다.

빛이 바다로 들어가니 잠시 바다는 푸른 빛을 낼 것이다.

a 선착장 선착장과 배를 연결해 주덤 작은 다리로 올라갔다. 비로소 섬은 완벽하게 단절되었다.

선착장 선착장과 배를 연결해 주덤 작은 다리로 올라갔다. 비로소 섬은 완벽하게 단절되었다. ⓒ 김민수


그 빛일까? 이제 오늘 이 섬으로 들어올 배는 모두 들어왔는가 보다. 섬과 배와 선착장을 이어주던 다리를 들어올린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밤새 태풍이라도 오면 저 철제다리가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a 섬의 민가 허물어져 가는 민가만큼이나 작은 섬의 공동체도 무너져 내렸음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섬의 민가 허물어져 가는 민가만큼이나 작은 섬의 공동체도 무너져 내렸음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 김민수


다음 날 아침, 섬의 민가들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숙소를 나섰다. 이때까지도 나는 이 섬에서 만난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각인되었으며,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마음 한 켠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러나 몇 컷 찍고 내려왔을 때, 현지인이 다가왔다. 사진을 찍지 말란다. 집 마당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왜 그러시냐고 하자 이웃간에 분쟁이 심하단다. 소송건도 몇십 건이 있단다. 묻지도 않은 주민간의 송사건에 대해 고주알미주알 가타부타 설명한다.

사진을 보여달란다. 검열을 당하는 기분이라 보여줄 수 없다고 하면서, 당신이 운영하는 숙소에 머무는 손님이라고 하자 그제서야 머쓱한듯 "그럼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섬에서 더 사진을 담을 필요가 없었다. 그 작은 섬, 그 공동체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그 작은 공동체가 어떻게 자본의 노예가 되었는지 파노라마처럼 스쳐갔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 작은 섬마을 공동체가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을 터인데 그게 없는 듯하다. 사람을 만날 수 없었던 여행은 허무했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계절마다 들르고 싶다는 생각에 벅찼는데, 그를 만난 후에는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섬이 되었다.
#통영 #남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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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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