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 '폭도' 매도하는 이유 있었네

언론들, 희망버스 대응 모습만 집중 보도... 민주노총 기자회견은 축소

등록 2013.07.24 15:14수정 2013.07.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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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희망버스 울산준비위가 23일 오후 3시 울산 중부경찰서에서 현대차 폭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희망버스 울산준비위가 23일 오후 3시 울산 중부경찰서에서 현대차 폭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석철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23일 오후 3시 울산중부경찰서에서 지난 20일 오후 희망버스 참가자와 현대차 회사 측이 충돌할 당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폭행당하고, 경찰도 오히려 사측에 폭행당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관련기사: "희망버스 왜곡보도 언론 끝까지 책임 물을 것")

특히 이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은, 현대차 회사 측이 경찰에 소화기를 던지는 증거사진을 공개하며 "현대차 회사 측은 소화기를 난사하고 쇠파이프, 낫, 커터칼에 경찰 방패와 안전모까지 중무장한 사설군대와 같았다"며 "심지어 경찰에게까지 소화기를 던지고 폭행을 가해 부상자를 발생시켰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울산중부경찰서에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고소하고, 경찰에 가해진 폭행에 대한 고발장도 제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울산지역 KBS, MBC, UBC 방송 3사와 통신사 등 여러 언론사 기자들이 취재했다.

하지만 23일 기자회견 후 통신사와 저녁 방송뉴스, 24일 지역 일간지 등에는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 축소되고, 현대차 사장과 보수단체가 "희망버스 폭력을 엄벌해야 한다"고 한 내용이 비중 있게 보도됐다. 오히려 일부 매체는 지난 20일 저녁 발생한 회사 측과 희망버스 측 공방 중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대나무를 휘두르는 장면을 반복해 방송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일 저녁부터 '희망버스 폭행 버스' '술판' 등으로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구던 기사들과는 달리 23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폭행당해 억울하다"고 하는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통신사가 보도한 민주노총이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과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모습의 사진기사만이 게재됐다.

오히려 한 방송사는 23일 기자회견을 취재한 후 방송에서는 3년 전 한진중공업 사태를 이번 사태와 연관 짓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 방송은 "한진중공업은 경영난으로 감원을 단행, 이에 맞서 노조는 파업에 돌입했고 이 과정에서 희망버스는 5차례나 부산을 찾아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졌다"며 결국 회사 측은 야당의 압박으로 1년 8개월 만에 정리해고자 92명을 복직시켰지만 이후 일감이 없어 직원의 40%가 교대로 쉬고 있는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희망버스가 다시 현대자동차를 찾아 고공 농성장 주변에서 회사 측과 대치하고, 결국 폭력사태로 이어진 것도 한진중공업 사태와 닮은꼴"이라고 보도했다.


"맥주 한잔 놓고 밤새 담소하는 것을 '술판'으로 보도한 언론, 왜 침묵하나"

최민식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는 "방송 화면은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화면에서는 현대차 용역들이 휘두르는 쇠파이프는 거의 볼 수 없고, 이에 대응해 대나무로 맞서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모습이 소화기 냄새를 피하기 위해 착용한 마스크와 겹쳐져 마치 폭도를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필원 민주노총 울산본부 정책선전국장은 "20일 밤부터 희망버스를 폭행버스로 몰아가며 무수히 쏟아지던 기사에 비교해 어제(23일) 수차례 기자회견 예고까지 하며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폭행당한 것을 알렸지만, 언론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언론은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철탑농성장에서 밤을 새우며 맥주 한잔을 놓고 담소를 나누는 것도 '술판'으로 보도해 수천 개의 댓글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게 하였다"며 "상대적 약자가 호소하는 내용은 왜 애써 다루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한편 울산지방경찰청 희망버스 합동수사본부는 24일 "지난 2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 집회에서 불법폭력을 주도한 희망버스 측 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합동수사본부는 "시위 현장 채증 자료를 분석해 시위대 4명의 불법행위를 확인했다"며 "이들은 죽봉을 휘두르거나 시위대에게 소화기를 나눠주는가 하면 마이크를 들고 폭력시위를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측은 "소화기는 다 알다시피 현대차 측이 미리 준비해 난사하고 던진 것인데, 이를 희망버스 폭력시위 증거 자료로 삼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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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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