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등 시큰 모자라 눈물이 울컥, 연극 <콜라소녀>

[정지선의 공연樂서] 알면서도 한 번 더 속아주는 가족 이야기

등록 2013.07.24 14:59수정 2013.07.2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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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데, 진짜 미워 죽겠는데 돌아서면 그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진다. 거짓말인 게 정말 빤히 보이는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그 말에 한 번 더 속아주기로 한다. 머리로는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는 그들 바로, 가족이다.

 연극 <콜라소녀>는 큰 아들의 환갑을 맞아 온 가족들이 모이면서 빚는 오해, 원망 등이 쌓였다 풀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성찰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연극 <콜라소녀>는 큰 아들의 환갑을 맞아 온 가족들이 모이면서 빚는 오해, 원망 등이 쌓였다 풀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성찰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코르코르디움

김숙종 작가와 최용훈 연출 콤비가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연극 <콜라소녀>는 큰 아들의 환갑을 맞아 온 가족들이 모이면서 빚는 갈등과 오해, 원망 등이 쌓였다 풀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성찰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최용훈 연출은 그의 전작 <돐날>에서와 같이, 시금치를 다듬고 팬에 기름을 둘러 전을 부치며 잡채를 만드는 등의 잔칫상을 차리기 위한 음식 준비과정을 직접 보여주며 관객의 시청각 뿐 아니라 후각까지도 함께 자극시킨다.

덕분에 관객들은 공연시작 10분도 채 되지 않아 마음 한 구석에 늘 그리면서도 쉽사리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시골집과 부모님(할머니)을 떠올리며 극에 한 걸음 더 바짝 다가간다.

 김숙종 작가 역시 탄탄한 구성은 물론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기는 대사들로 관객들의 콧등과 눈물샘을 공격하는데, 극중 손녀와 할머니의 대사 중 유독 아픈 대사들이 많다.
김숙종 작가 역시 탄탄한 구성은 물론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기는 대사들로 관객들의 콧등과 눈물샘을 공격하는데, 극중 손녀와 할머니의 대사 중 유독 아픈 대사들이 많다. 코르코르디움

김숙종 작가 역시 탄탄한 구성은 물론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기는 대사들로 관객들의 콧등과 눈물샘을 공격하는데, 극중 손녀와 할머니의 대사 중 유독 아픈 대사들이 많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희미해지는 아픈 기억을 더욱 꽉 움켜쥐려 애쓰는 손녀. "내가 잊으면 안 되는 거잖아, 할머니! 나 괜찮을까봐 겁나"라는 말에 어깨를 토닥이며 "아서, 그럼 심드러"라는 투박하지만 따뜻한 한 마디는 콧등이 시큰해지는 것도 모자라 남녀노소 관객 다수를 울컥하게 한다. 

 환갑잔치로 모인 가족들이 한바탕 다투고 울다가 웃다보니 시끌벅적한 하루가 지나고 새날이 밝는다.
환갑잔치로 모인 가족들이 한바탕 다투고 울다가 웃다보니 시끌벅적한 하루가 지나고 새날이 밝는다. 코르코르디움

콜라를 마셔본 적이 있는가? 보글보글 올라오는 탄산 탓에 코는 '찡'하고 심할 때는 눈물이 '핑'하게 도는. 그러나 그 맛만큼은 달디 단. 그런 점에서 가족의 존재는 콜라를 닮았다. 부글부글 화나게 할 때도 있는가 하면,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글썽여질 때도 있고,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힘이 될 때도 있으니 말이다. 연극 <콜라소녀>는 8월 25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연극 콜라소녀 #정지선의 공연樂서 #문화공감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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