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애플제품 수입금지 조치에 '거부권' 행사

백악관, 국제무역위원회 결정 뒤엎고 애플 손들어줘

등록 2013.08.04 10:20수정 2013.08.0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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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3일(이하 현지 시각), 삼성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지난 6월 4일 애플사의 스마트폰에 대한 미국 수입을 금지하기로 한 국제무역위원회의(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마이클 프로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어빙 윌리엄슨 IT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무역정책실무협의회(TPSC)와 무역정책검토그룹(TPRG) 등 관련 기관들과 심도 있는 협의를 거친 결과 ITC의 수입금지 결정에 대해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프로먼 대표는 이어 "이번 결정은 특허권자가 과도한 힘(undue leverage)을 가질 경우 미국 소비자들에게 해가 될 우려가 있고, 미국 경제의 경쟁 여건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정책 결정이 ITC의 결정이나 분석에 대한 동의나 비판은 아니다"라며 "삼성이 계속 특허권을 주장하고자 한다면 법원을 통해 권리를 추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오바마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현실적으로 애플은 아이폰4, 아이패드2 등 중국에서 생산되는 구형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제품을 계속 미국으로 수입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백악관의 이번 결정에 관해 애플사의 크리스틴 휴젯 대변인은 "우리는 이러한 중요한 사안에서 혁신(innovation)을 지지한 (오바마) 행정부에 박수갈채를 보낸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 매체는 애플사 대변인이 "삼성이 이런 방식으로 특허 체계를 남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백악관의 거부권 행사 결정에 관해 실망감을 표시하며 "ITC의 결정은 정확히 삼성이 신뢰를 가지고 (특허권의) 협상에 임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며 "(결국) 애플은 특허권(license)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미 백악관 25년 만에 거부권 행사, 보호무역주의 회귀?

한편, 이번 백악관의 거부권 행사는 미국 행정부가 지난 1987년 이후 25년간 ITC의 결정에 관해 거부를 행사한 사례가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따라서 이번의 거부권 행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ITC 결정에 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정치권을 물론 산업계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자유무역을 강조해온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특허 분쟁에 개입했다는 선례를 남겨 자칫 보호주의 무역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어 그 파문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그동안 자사의 주력제품 대부분을 하청에 의해 중국 등 해외에서 생산함으로써 미국 내에서 일자리 창출 등 미국 경제에 실제로 이바지하는 바가 없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애플은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타계 이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팀 쿡이 자사제품에 대한 미국 내 생산을 약속하는 등 미국 내에서 이미지 변신에 상당한 노력을 들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애플의 노력들이 이번 백악관의 거부권 행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현실적으로도 이번의 거부권 행사로 애플이 자사 제품을 미국에서 계속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림에 따라 경영 악화의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애플 #삼성전자 #특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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