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코노미스트> 전 서울특파원 다니엘 튜더
이희훈
다니엘 튜더가 '탈박정희주의'를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박정희식 발전주의에서 시작된 '경쟁'이 경제성장을 통해 한국을 가난에서 구제했지만 이제는 "한국인을 괴롭히는 심리적 원인이 되고 있다"(본문 15쪽)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성공이 굉장히 좁게 정의되고 있다. 한국에서 성공이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라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삼성 같은 대기업에 취직하고, 강남 아파트에 사는 것을 말한다. 스카이와 삼성에 못가고, 강남 아파트에 못살면 '루저'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의사가 돼야 한다, 삼성에 다녀야 한다, 음악인 되지 마라, 예술인 되지 마라. 이렇게 한국은 '경쟁'과 '좁게 정의된 성공'이 합쳐져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이제는 의사가 돼야 한다, 삼성에 다녀야 한다는 등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많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다니엘 튜더는 "저는 좋은 대학에 입학했지만 거의 매일매일 친구들하고 축구를 했고, 공부는 많이 안했다"며 "대학이 한국과 같은 '공부 지옥'이었다면 참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유명한 이소연씨의 얘기는 다니엘 튜더가 "하고 싶던 모든 말을 완벽하게 요약"하고 있었다.
"한국인은 참 대단하죠. 하지만 슬프게도, 한국인이 깨닫지 못하는 게 있어요. 한국인들은 만족할 줄을 몰라요. 때로는 쉬기도 해야 하고, 우리 스스로를 격려하기 위해 샴페인도 음미할 줄 알아야 하는데 말이죠."(본문 16쪽)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한국도 이제는 자존심을 느낄 정도의 정신적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충고다. 다니엘 튜더는 "그냥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만나고 싶어 인터뷰를 했는데 만나고 보니 한국 사회에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가 언젠가는 정치인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6일 폴란드로 떠난 다니엘 튜더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글을 쓰는 데 전념할 계획이다. '리얼 코리아'는 외면하고 북한문제에만 집착하는 <이코노미스트>의 서울특파원 자리도 곧 내려놓는다. 옥스포드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철학을 공부했고, 맨체스터대에서 MBA까지 취득했던 그가 '전업작가'로 인생항로를 바꿀 수 있는 데에는 그가 그토록 강조해온 영국의 지적·문화적 독립성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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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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