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5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총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남소연
박근혜 대통령의 '역제안'을 두고, 각종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당초 김한길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던 박 대통령 '5자회담'을 제안한 것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촛불'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 5자가 만남에 따라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의 협상을 가운데에서 중재하는 모양새를 내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에서 진행되는 문제와는 한 발자국 떨어져 제3자의 입장을 취해왔던 기존 입장을 변화시키지 않겠다는 뜻이 담겼다는 것이다.
이 같은 숨은 뜻과는 별개로, 5자회담 제안을 받은 민주당에 공이 넘어간 상황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제안을 단번에 거절하기도 어렵고, 선뜻 수락하기도 마뜩치 않아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박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일대일로 만나 꽉 막힌 현안을 풀어내는 모습을 보이며 정국을 주도하려 했던 당초 계획도 '5자 회담' 형태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5자회담 당사자인 전병헌 원내대표는 정호준 원내대변인을 통해 "영수회담을 통해 구체적 해법을 논의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대변인은 "어떤 형식의 대화라도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청와대가 현 정국의 심각성과 해결책을 제대로 인식 못하는 거 같다"며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의) 일대일 여야 영수회담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구체적 해법을 논의하는 게 선행되야 한다"며 전 원내대표의 입장을 전했다. 다만 그는 "김한길 대표와 조율된 의견은 아닌, 전 원내대표 개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5자회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5자회담 제의는 여왕님 주재회의에 야당을 들러리 세우겠다는 모략"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박 의원은 "7년 전인가요? 참여정부 때도 박근혜 야당 대표를 대통령이 단독으로 만났는데, 이는 상대를 존중한다는 표현이었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대통령 신임 비서실장-정무수석, 정국 풀기 위한 첫 작품이 5자회담?"이라며 "야당 대표를 만나기 싫어 여당 대표는 3자 (회담을 제안하고) 또다시 다자 외교가 효과적일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민주당, 시간 두고 논의하겠다는 입장'5자회담' 제안이 나온 시점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에 대해 "국기를 흔들고 역사를 지우는 일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여야 내부에서 회의록 실종 국면이 한 풀 꺾인 상황인데,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재점화를 시도한 후 5자회담을 제안한 것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 민주당 내 의견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5자 회담 제안에 대해 내부 논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5자 회담은 당초 김한길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과는 본질적인 측면에서 다른 내용이라, 회담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당 핵심 관계자 역시 "국정 현안을 논의하자는 건데 왜 원내 상황까지 끌어들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럴 거면 여야 간사까지 포함시키라"고 날을 세웠다.
대통령과의 회담에 응하고 결과를 내는 것은 장외투쟁을 계속 진행하느냐 여부와도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어 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화 제의를 거부할 시 향후 정국을 풀어낼 마땅한 묘책이 없다는 것이 또 다른 고민의 지점이다. 당내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면도 있지만 받아서 성과 내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당 내 의견이 갈림에 따라 이날 안으로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고 오는 8월 7일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최종 결론이 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토요일에 제안했는데 화요일에 청와대 입장이 나온 거 아니냐"며 시간을 갖고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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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자회담? '여왕님' 주재회의에 야당은 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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