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섬아름다운 나눔장터 어린이판매자여동생 옷은 팔리는데 본인의 옷은 하나도 안 팔리자 집에 그만 가자고 해도 안 가고 혼자서 자리를 지키며 "천원! 천원!" 외치던 아이. 2013. 4. 21 바람이 많이불어 추웠던 날
공응경
몇 번이나 폐장으로 참가를 못하게 되었는데도 포기하지 않는 아들은 힘들었던 것보다 장터에서 신발이랑 장난감을 샀던 게 좋았나 보다.
우리 가족은 올해부터 뚝섬아름다운나눔장터를 다니기 시작했다. 우연히 지하철 광고에서 나눔장터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집에 있는 물건들을 보니, 내가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는데 너무 많은 것을 필요로 하고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늘려가기 보다는 먼저 줄여가는 연습이 필요해 보였다.
지구가 많이 아파하고 있어먼저 아이들이 보던 책들을 정리하고, 작아진 옷들을 가지고 갔다. 아이들은 장사놀이를 하러 온 것처럼 신나했다. 하지만, 점점 날씨는 더워지고 생각보다 장사는 잘 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힘겨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날씨가 너무 덥지! 지구가 아파서 자기 몸에 열을 내고 있는 거야. oo이가 감기 걸리면 열이 나는 것처럼. 그래서 지구가 아프지 않게 건강하게 만들어줘야 해. 그러려면 충분히 쉴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나무를 훼손하지 않고, 물을 오염시키지 않고, 자연 있는 그대로 나둬야 지구가 쉴 수가 있어. 우리도 아프면 물도 마시고 푹 쉬잖아. 그런데 누군가 계속 놀자고 하고 쉬지 못하게 하면 감기가 빨리 낫지 않아. 아프면 짜증내고 화도 잘 내게 되잖아. 지구도 마찬가지야. 아프면 지진도 더 잘 일어나게 되고 태풍도 더 많이 생기게 되는 거야.""사실 우리가 쓰는 연필 한 자루를 만들려면 나무와 석유 등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로인해 환경은 오염되게 된단다. 물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야 고용이 창출되고 경제가 살아난다고 하지만, 재활용의 이익만큼은 아니란다. 재활용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단다."옆에서는 듣고 있던 남편은 "아이가 이해하겠어?"라며 말리지만, 장터에 갈 때마다 지구와 환경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다 이해는 못하더라도 무의식에 내가 해준 말이 저장되었는지, 차츰 아이들은 장터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 전 같으면, 딱지를 새로 사달라고 문구점 앞을 떠나지 않았는데, 그냥 지나치며 "장터 가서 중고딱지 살래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갖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기다릴 줄 아는 아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