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기차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한 눈에 봐도 피서객임을 알 수 있었다. 사진 속의 양희재(23)씨는 이번 여름에만 다섯번째 해운대를 찾았다.
김다솜
순천에서 출발해 포항까지 가는 무궁화호를 탔다. 이 열차는 해운대에 정차한다. 매표소 직원은 "피서철이라 해운대에 정차하는 열차는 대부분 만석"이라 말했다. 지난 10일 부산 화명역에서 입석표를 끊고 기차에 올랐다. 화명역에서 해운대까지 걸리는 시간은 40분. 짧은 시간이지만 열차 칸을 가득 메운 피서객들 사이에서 서 있을 공간조차 찾기 힘들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해운대로 향하는 피서객들의 모습은 흥에 겨워 보였다. 튜브를 어깨에 둘러메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고등학생들 모습도 보였고, 선글라스에 선캡으로 한껏 멋을 낸 할머니 부대도 있었다. 길게만 느껴지는 40분이 지나고 드디어 해운대역에 도착했다.
웃통 벗고 돌아다니는 남자들... 인기 높은 지역음식들해운대역 입구에서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목 풍경은 이곳이 피서지임을 실감케 했다. 여자들은 비키니 위에 비치웨어만 걸치고 거리를 활보했다. 웃통을 벗고 돌아다니는 남자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길 양쪽에는 수영복이나 선글라스를 판매하는 상점들이 줄을 이었다. 해수욕장에 가까워지자 짠내가 코를 찔렀다. 올해 해운대 해수욕장의 하루 최다 방문객은 80만 명으로 지난 3일 기록했다. 8월 1일부터 11일까지가 휴가 피크주간이다. 8월 1일에서 9일까지 열리는 바다 축제와 휴가철이 겹쳐 피서객들이 많이 몰린다고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전했다.
파라솔로 가득 메워진 해수욕장은 여느 곳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구용하(35·울산 중구)씨는 자신의 몸보다 커다란 파라솔을 들고 자리 잡기에 바빴다. 이미 해수욕장에는 파라솔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구씨는 "점심시간 전에 미리 자리를 잡아야 좋은 자리를 맡을 수 있다"며 "안 좋은 자리에는 물 밑에 돌이 많아 수영하기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함께 피서를 왔다는 김민희(28·경남 김해)씨는 해운대 근처에서 낚시하러 왔다가 해수욕장을 찾았다. 부모님과 여동생의 휴가 기간을 맞추느라 힘들게 시간을 냈다. 김씨는 모처럼의 휴가에 들뜬 모습이었다. 김씨는 "해운대에 볼 게 많아서 좋다"며 "오늘 저녁에는 아쿠아리움에서 연극을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물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오전 시간에 비해 거리는 더욱 북적였다. 외지사람이 대부분인 피서객의 특성상 지역음식이 인기가 높은 건 당연지사. 부산을 대표하는 돼지국밥과 밀면집 입구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밀면집 안으로 들어가니 테이블은 만석이었다. 20평 남짓한 밀면집에 종업원 5명이 바쁘게 밀면을 날랐다. 가게 바닥 젖은 모래가 피서객들의 줄이은 방문을 말해주고 있었다.
밀면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고 있던 김영설(39·대전 유성구)씨는 두 아들과 휴가를 왔다. 함께 휴가를 오지 못한 남편에게 휴가 분위기라도 전하고자 밀면 사진을 보내고 있었다. 김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 돼지국밥은 먹고 싶지 않았다"며 "아들들이 면종류를 좋아해 밀면을 먹으러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