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은 런닝맨, 우리는 리딩맨!

우드랜드에서 만난 장흥공공도서관 친구들

등록 2013.08.28 09:14수정 2013.08.2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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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서는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작성한 '인민 독서 입법화' 초안이 올해 국가 입법 사안에 포함됐다. 독서를 입법화하자는 것이다. 오죽 했으면 그랬을까? 하지만 독서와 법은 견원지간처럼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한국은 어떨까? 법 제정 까지는 아니지만 독서를 독려하는 캠페인만 무성하다. '20분씩 1년에 12권의 책을 읽자'는 2012년 독서캠페인이었다. 물론 이런 계도의 글이 사람을 이끌기도 하지만, 독서의 맛을 느껴봤던 사람이 잠시 한 눈 팔았을 때나 눈에 들어오는 글이다. 맛있는 음식도 먹어봐야 더 맛있는 음식을 찾으러 다니고, 관심이 생겨야 더 맛보고 싶은 것이다. 책 읽는 즐거움도 느껴봐야 스스로 또 다른 책을 찾으러 다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독서에 대한 현실성 있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책 읽는 즐거움을 언제, 어떻게 만나면 좋을까? 어리면 어릴수록 좋겠지만 최소한 초등학교에서는 만나봐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읽기 재료, 환경, 독자의 감성은 변했는데, 독서교육의 현실은 30년 전과 다를 바가 없다. 어린이 도서관에 앉아 있다 보면, 여름방학 숙제로 독서록을 작성하고 있는 아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아이에게 방학 숙제냐고 물어보면, 아이는 볼멘소리를 한다.

"하루에 하나씩 읽고 독서록을 써야 해요. 그냥 책 읽을 때는 좋았는데..."

아이는 말끝을 흐리며 강제적이고, 재미없는 독서록 때문에 책이 싫어졌다는 표정을 짓는다.

한 아이는 가정에 찾아오는 독서 선생님이 나눠준 독서공책을 펼쳐놓고 있었다. 책 제목을 정해서 책을 읽게 하고, 그 책 내용에 대한 질문을 통해 책을 읽었는지의 여부를 묻고 있었다. 아이는 도서관에 함께 온 엄마에게 3번 질문은 이 책에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슬쩍 엿보니 책 내용의 핵심을 벗어나 지극히 지엽적인 부분의 질문이었다. 질문의 내용 자체도 사고의 확산을 막는 지식적인 측면의 문제들이었다. 심지어 질문 자체가 비문(非文)인 경우도 있었다.


아이들과 책의 만남은 이런 식일 수밖에 없을까?

우리는 리딩맨 한다. 유재석이 진행하는 런닝맨을 독서와 연계하여 함께 즐기는 리딩맨 게임. 자세한 설명은 본문 참조.
우리는 리딩맨 한다.유재석이 진행하는 런닝맨을 독서와 연계하여 함께 즐기는 리딩맨 게임. 자세한 설명은 본문 참조.황왕용

지난 8월 초, 우연히 찾은 장흥 우드랜드에서 만난 아이들에게서 가능성을 보았다. 다른 일이 있어 찾은 우드랜드에서 한여름 무더위가 무색할 만큼 뛰고, 열심히 설명하고, 집중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장흥공공도서관에서 주최한 '숲 속 무지개 도서관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라고 했다.


"지금 리딩맨 게임 하고 있어요."
"아저씨. 우리 조는 신발 던지기 미션에서 <도서관이 키운 아이> 책이 걸렸어요. 그 책으로 60초 말하기 미션으로 갈 거예요."

무얼 하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신 나서 대답한다.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지도하고 있는 구혜진 선생님께 여쭤봤다.

"유재석은 런닝맨을 하잖아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즐거운 독서를 하게 할까를 고민하다가 리딩맨 게임을 하기로 했어요. 책 제목 그림을 크게 만들어 5m 거리에 배치하여 신발을 던지는 신발 던지기 미션, 그 미션을 통해서 자기 조가 함께 읽을 책을 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책으로 여러 가지 미션을 해결하는 거예요. 60초 동안 조원이 돌아가면서 그 책을 설명하는 60초 말하기 미션, 책에 소개된 전통놀이인 딱지치기, 책 속 인물 그림 맞추기 등 다양한 미션을 통해 이름표를 떼이기도 하고, 다시 붙여주기도 하는 그런 런닝맨의 변형 게임이에요."

"1박 2일 독서캠프라고 하던데, 리딩맨 외에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겠어요?"
"네. 독서․토론, 작가와의 만남, 주제가 있는 북아트 등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어요. 머리에 남기고, 가슴에 새기고, 손에는 들고 갈 수 있는 그런 캠프가 되는 셈이지요. 독서라는 것이 즐겁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아이들의 등이 땀에 젖어 이름표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기어이 이름표를 다시 붙여 게임에 임했다.

"더운데 재밌어요. 사실 저 책 거의 안 읽거든요. 독서록도 그냥 책 앞에만 보고 썼는데...앞으로 책을 읽을 것 같아요."

장흥에서 만난 아이들과 선생님이 흘리는 땀에서 즐거움과 희망을 보았다. 땀이 이름표에 시나브로 스며들어 이름표가 떨어지는 것처럼, 아이들의 마음에 독서의 즐거움이 슬쩍 스며들어 나쁜 독서를 떼고, 즐거운 독서가 가득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장흥공공도서관 #독서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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