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비방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 수서경찰서 이광석 서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오전 서 강남구 대포동 수서경찰서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권우성
권 과장은 김용판 전 청장의 '압력 전화'에 대해서도 좀 더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권 과장의 증언에 의하면, 오피스텔 대치 중이던 지난해 12월 12일 현장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막는 김 전 청장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권 과장뿐 아니라 이광석 수서경찰서장도 받았다.
그날 오후 2시 59분 김하영씨의 컴퓨터와 휴대폰 등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권 과장에게 김 전 청장이 전화해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증언에 의하면, 마침 함께 있던 이광석 수서서장은 전화를 끊은 권 과장에게 "(김 전 청장과) 같은 내용의 통화를 오전에도 하고, 방금 전에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에는 (영장 신청을 하겠다고) 설득했더니 '수사방침대로 하라'고 했는데 오후에는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설득이 안된다, 막 화를 낸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2005년 경찰에 입문한 후 7년 동안 수사과장 업무를 수행하며 지방청장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 신청 내지는 구체적 사건 관련해 지시받은 것은 처음이었다"고 증언했다.
"과장님 깡통입니다"... "서울청에서 나를 죽이려 하는구나"디지털 증거물 반환 거부·지연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혔다. 문제의 이례적인 한밤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있던 지난해 12월 16일이 지난 후에도 수서서 수사팀은 디지털 증거물을 전달받지 못했고, 수차례 항의를 거쳐 18일 오후 7시 35분경에야 하드디스트 등 일부를 돌려받았다. 하지만 증언에 의하면, '깡통'이었다.
권 과장은 "당시 수서서 사이버수사팀장이 증거물이 담긴 저장장치를 보고 내용이 없다고 판단, 제게 '과장님 깡통입니다'라고 보고했다"며 "19일 0시 가까운 시각에 사이버팀장 등이 서울청에 직접 쫓아가서 거세게 항의하고 ID와 별명 40개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곧바로 수사팀은 ID를 근거로 인터넷에 남아있을 흔적을 찾아 나섰다.
"수사팀은 갑자기 매우 심각해졌다. (자료를 바탕으로) 인터넷에서 구글링 해봤더니 '토탈리콜'이라는 닉네임으로 특정 후보자, 특정 정책과 관련해 발언한 내용과 관련 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사팀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수서)서장과 나, 팀장과 직원들도 누구 하나 퇴근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서장실에 나와 팀장, 지능팀장이 같이 들어가서 두 가지 사항(증거분석 결과에는 볼만한 내용이 없는데, 인터넷 검색하니 증거가 줄줄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 보고했다. 보고를 받자마자 서장이 이렇게 말했다. 정확히 '서울청이 나를 죽이려고 하는구나'라고 말했다."권 과장은 수서서장의 이 말을 듣고 "(은폐 상황을) 서장도 몰랐구나, 그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 진술 엇갈리는 부분 집중 공략... 유도심문에 판사 제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