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창규씨.
구영식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선씨의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일관되게 검찰의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했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의 수호자여야 할 검찰이 지난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벌인 압수수색 가운데 1차 압수수색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절차를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009년 2월(1차영장)과 3월(2차영장) 두 차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선씨의 자택과 동생의 사무실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선씨가 SRM(광우병 위험물질)의 함유 가능성이 있어 폐기 명령을 받은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시중에 유통 시켰고(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 한 돈육 납품업체로부터 총 3억5000여만 원의 돈을 받았다는 혐의(배임수재)를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검찰의 공소사실 목록에는 조세포탈 혐의가 없었다.
항소심 재판부도 "검사는 이 사건 1차영장 집행 당시까지 장수축협유통사업단 실질 운영 관련 피고인에 대한 조세범처벌법위반의 혐의와 관련하여 제보를 받거나 조사한 사실이 없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검찰의 1차 압수수색이 위법 투성이었다는 점이다. 먼저 1차영장에 의해 압수된 조세포탈 증거가 1차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압수대상물이 아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1차영장에 의하여 압수된 조세포탈 증거는 이 사건 1차영장에 기재된 압수대상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차 압수수색영장에는 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과 배임수재, 사기 혐의가 기재돼 있는데 이와 전혀 다른 조세포탈 증거들까지 수집했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창규의 처남인) 김아무개로부터 '선창규 실질운영 법인관련 서류철'(장수축협중부유통사업단 계약서 등)을 임의로 제출받거나 새로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어야 하는데 검찰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검찰이 선씨의 조세포탈 증거들(선창규 실질운영 법인관련 서류철)을 수집하는 과정이 위법했다는 얘기다.
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장소에서 압수수색 벌여또한 검찰이 1차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한 장소는 최초 영장에 적시된 장소와 달랐다. 형사소송법 제114조에는 압수수색영장에 수색할 장소를 적시하도록 규정해 놓았는데 이는 "압수수색영장에 압수수색할 장소를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특정해야 함"(항소심 재판부)을 뜻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1차영장에 적시된 '미트백 사무실'과 지번만 같을 뿐인 ㈜무지개진생원, ㈜비에이티지, ㈜덕유산한우유통, ㈜농협브랜드유통 사무실에서 조세포탈 증거를 압수한 것은 헌법상 영장주의의 원칙 및 형사소송법에서 압수수색영장에 압수수색할 장소를 적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입법취지에 비추어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선창규 등이 검찰수사를 회피할 목적에서 실질적으로는 성남시 수내동에서 ㈜미트백을,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무지개진생원을 각 운영하였음에도 고의적으로 ㈜미트백 및 ㈜무지개진생원의 각 사무실을 혼동케 하여 수사를 방해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이 돈육유통업체인 ㈜미트백과 ㈜무지개진생원 사무실의 소재지를 혼동해 영장을 집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끝으로 검찰은 압수목록을 교부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제129조는 '압수한 경우에는 목록을 작성하여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기타 이에 준할 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압수물 변경 등과 관련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 피압수자들이 압수물을 돌려받을 권리(환부 청구권) 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항소심 재판부는 "서울남부지검 수사관들은 이 사건 1차영장 집행 직후 피압수자들에게 상세목록을 교부하지 않았다"며 "(이는) 절차를 위배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피고인측 직원이 고객사랑마트 PC에서 직접 압수물제출확인서를 작성하였으므로 명칭만 다를 뿐이지 실질적인 내용은 압수물제출확인서가 압수목록의 의미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미트백 관련 서류 23BOX'와 같이 압수물이 포괄적으로 기재된 사실만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라며 "압수목록 교부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검찰의 압수목록 교부서의 작성 및 교부를 압수목록의 교부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