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전. 사진은 고리1호기(오른쪽)와 고리2호기
정민규
지난 7월 부산 고리1호기의 예방 정비 과정에서 비상발전기가 18시간이나 가동 중단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비상발전기는 원전에 전원 공급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최후의 안전 장치로 고리 1호기의 경우 지난 2월에도 비상발전기 고장 은폐로 곤혹을 겪었다.
5일 원자력안전위원회(아래 원안위)에 따르면 지난 7월 29일 오후 9시께 고리1호기의 비상발전기 1대를 끄고 정비를 하던 한수원 정비팀은 수리 편의를 위해 남은 1대마저 가동을 중단했다. 만약을 위해 2대를 준비해놓은 비상발전기 2대가 모두 꺼진 것이다.
당시 원자로 내부에는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되어 있는 상태. 정비 기간이라 핵연료는 제거됐다지만 고온의 사용후핵연료의 과열로 인한 대형 사고도 우려되는 시점이었다. 최악의 경우 외부 전원이 끊어진 상태애서 비상발전기가 꺼진 이같은 상황까지 겹쳤다면 폭발적으로 끓어오르는 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할 전원은 전혀 없다.
고리1호기 비상발전기는 18시간이 지난 30일 오후 3시가 돼서야 재가동됐고, 그제서야 고리 1호기에 주재하고 있는 원안위 소속 직원은 이같은 내용을 원안위에 보고했다.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규정을 지키지 않고 정비를 하는 동안 감독을 해야할 원안위가 이 사실을 몰랐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원안위 측은 법령 위반에 대한 내부 검토에 나섰다.
원안위는 해명 자료를 통해 "사건 경위 및 운영기술지침서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도록 지시하였다"며 "지금까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원자력 안전 관련 법령 위반 여부 등 내부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안위는 "(당시) 외부 전원이 공급되고 있어 사용후핵연료저장조의 냉각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었고, 대체발전기도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대기상태에 있었으므로, 핵연료의 냉각에는 문제가 없었음을 확인하였다"며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역 여론은 냉담하다. <부산일보>는 5일 사설을 통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비상발전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일어난 재앙인 것을 떠올리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만약 비상발전기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외부 전원마저 끊겼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신문은 "한수원의 총체적인 관리 부실과 비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수명 연장을 위한 꼼수를 부릴 게 아니라, 이제는 고리 1호기 폐쇄를 적극 검토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반핵 전문가들도 원안위와 한수원을 비판했다. 서토덕 환경과 자치연구소 기획실장은 "지난 비상발전기 고장 은폐 사고 이후 수많은 자정 노력과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또다시 안전 관리의 기본지침과 매뉴얼이 무시됐다는 점에서 안전 의식 향상이 안 됐다고 본다"며 "더군다나 문제를 인지하고 재가동하는데 다시 6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긴급 상황에서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 그는 "사건 발생 한달이 넘은 시점에야 외부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감독기관의 보고체계나 계통에 전혀 개선이 없고, 부산지역의 많은 원전이 관리·감독이 안되고 있다고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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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비상발전기 불능...고리1호기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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