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의회 '막장 폭로전'... 의장 사퇴요구 잇따라

운영위원장 9일 사퇴... "애꿎은 여성공무원만 피해, 의장도 사퇴해야"

등록 2013.09.09 16:09수정 2013.09.0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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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서구의회 김주범 의원이 김철규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의장석으로 다가가고 있다.
달서구의회 김주범 의원이 김철규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의장석으로 다가가고 있다.조정훈

대구시 달서구의회가 최근 잇따른 폭로전으로 의원들 간 감정 골이 깊어진 가운데 민생을 외면한 채 싸움 한폭판에 선 의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달서구의회 김철규 의장은 지난달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동료의원인 서재령 운영위원장이 지난해 7월 중순경 한 식당에서 여성공무원을 껴안는 등 수차례 성추행을 했다고 폭로했다.

김 의장은 서 위원장이 이 여성에게 수시로 만날 것을 요구하고 이 여성이 어쩔 수 없이 나간 자리에서 성추행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니라 들은 이야기를 실명을 거론해 마치 사실인 양 보도자료를 배포해 비난을 받았다.

김 의장이 폭로한 당시 식사 자리에는 서재령 위원장과 다른 A 의원, 의회 사무처에 근무하던 여성 공무원 2명 등 4명이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함께 참석했던 A의원은 서 위원장이 성추행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여성 공무원들은 보도자료가 나간 후 곧바로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

서 위원장은 곧바로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식사를 한 것일 뿐 성추행은 전혀 없었다며 "당시 성추행을 했다면 가만히 있었겠느냐, 이미 고발당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김 의장을 성서경찰서에 고소했다.

두 의원 간의 감정싸움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선에 성공한 후 그해 11월 달서구 성서보건지소 신축을 두고 대립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후반기 의회 구성을 하면서 서로 가까워졌다가 지난 3월 '새마을운동조직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면서 틀어졌다. 당시 김 의장은 전화녹취가 있다며 협조를 요청했고 서 위원장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8월 들어 김 의장의 전화녹취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두 의원은 서로 앙숙이 됐다. 서재령 위원장은 김철규 의장에게 의장직 사퇴를 요구했고 김철규 의장은 서재령 위원장이 여성공무원을 성추행 했다며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두 의원의 다툼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자 지난달 29일 전체 23명의 구의원 중 11명이 두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달서구 공무원노조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두 의원은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대구 달서구에서 동료의원이 성추행했다는 보도자료를 구의회 의장이 낸 데 대해 공무원노조가 의장과 운영위원장이 사퇴하고 공정한 조사를 받을 것을 요구하며 의회 로비에서 농성을 벌였다.
대구 달서구에서 동료의원이 성추행했다는 보도자료를 구의회 의장이 낸 데 대해 공무원노조가 의장과 운영위원장이 사퇴하고 공정한 조사를 받을 것을 요구하며 의회 로비에서 농성을 벌였다.조정훈

급기야 달서구의회 207회 임시회 마지막날인 지난 6일 공무원노조가 의회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동료의원들은 의장에게 삿대질하며 사퇴를 요구하는 촌극마저 벌어졌다. 김철규 의장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달서구민들에게 죄송스럽고 곽대훈 구청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에게도 사과드린다"고 말했지만 성추행 당사자로 지목된 서재령 위원장과 여성공무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자 일부 의원들이 진정성이 없다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김주범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김철규 의장을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각종 언론에 달서구의회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김 의장이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보도자료로 배포해 여성공무원과 달서구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의장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더 이상 영원히 보고 싶지 않은 막장 드라마를 조기 종영해야 한다"며 "의장과 운영위원장은 당장 사퇴하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상 밑으로 내려와서도 의장을 향해 사퇴를 종용하다 의장이 퇴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결국 서재령 위원장은 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김철규 의장과 저는 그동안 달서보건소 성서지소 개원과 의회 공통경비 집행 문제, 기타 의회 전반 운영에 대해 갈등을 빚어왔다"며 "이는 저의 부덕의 소치로 생각한다"며 운영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서 위원장은 "이번 김철규 의장의 납득할 수 없는 행동으로 말할 수 없는 심적 고통을 겪고 있을 여성 공무원에게 달서구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또 의도하진 않았지만 구설의 당사자로 지목된 장본인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기득권을 내려놓음으로써 저와 관련된 추문에 대해 구민 여러분과 공무원, 선배·동료의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송구함을 감히 전달한다"며 "향후 김철규 의장의 납득할 수 없는 폭로행동에 대한 법적인 절차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철규 의장은 의장직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며 앞으로도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달서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재령 위원장에 대한 검찰조사가 끝나고 사법 판단을 받기 전에는 사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달서구의회의 편가르기는 이들 두 의원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의원들은 세 갈래로 나뉘어 해외연수를 다녀오는 등 서로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김철규 의장은 동료의원 11명과 함께 지난 3월 31일부터 6박8일 일정으로 캐나다를 다녀왔고 같은날 김진섭 의원 등 2명은 6박7일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왔다. 이성순 의원 등 9명은 4월 23일 프랑스와 벨기에, 영국을 일주일간 다녀오기도 했다.
#달서구의회 #김철규 #서재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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