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핀스버리 공원(Finsbury Park) 트랜지션 타운의 매니저인 조(Jo)가 회원들이 가꾸고 있는 텃밭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 커뮤니티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식물이름 교육, 목재 재활용, 텃밭 가꾸기 등의 활동을 통해 관계맺기를 하고 있다.
유성호
육아나 취미 같은 '일상 밀착형 바람'들은 비교적 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을 듯하다. 그것 말고, 조금 더 큰 차원에 속해 있는 '정의', '가치관' 같은 것들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마을도 있을까. 동작구 '성대골 마을'과 영국의 '리메이커리' 그룹, '트랜지션 핀스베리 파크'의 사례는 작은 마을이 지구 온난화를 막고 에너지 자립으로 가는 거대한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성대골 마을 역시 육아 고민을 함께 나누는 엄마들의 모임에서 출발했다. 이 용감한 엄마들은 직접 모금 활동에 나서 모은 돈으로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고, 성대골 마을학교까지 만들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보고 충격을 받은 엄마들은 환경단체에 의뢰해 원전과 에너지 관련 특강을 듣고 함께 공부했다고 한다.
배움은 '성대골 절전소'라는 에너지 절약 기획으로 구체적 형태를 갖추게 됐다. 이 기획은 또한 적정 기술에 대한 관심·탈핵학교·성대골 에너지 축제로 이어졌고, 지금 성대골은 한국 최초의 에너지 자립 마을을 꿈꾸고 있다. 자기 집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하는 엄마들의 마음이 확장·증폭되면서 지구의 미래를 고민하는 데까지 나아간 것이다.
런던 '리메이커리'는 한국의 성대골과 비슷한 점이 많다. '리메이커리'는 기후 변화에 대비하고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에너지 자립 마을 운동을 하는 단체로, 지역의 자원을 재활용하고 숨은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들은 주민들과 함께 지역에 있는 더럽고 방치된 공간을 다시 꾸미고 관리한다.
'트랜지션 핀스베리 파크' 역시 기후 변화에 관심과 우려를 가진 사람들의 활동 거점이다. 몇몇 사람이 나서서 지역 주민들을 모아 에너지 축제를 여는 등 마을의 에너지 자원을 올바로 쓰고 재활용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핀스베리 파크 매니저 조는 이렇게 말한다.
"기후 변화를 인정하는 일은 친구의 죽음을 인정하는 과정과 비슷해요. 처음에는 부인하면서 친구가 없어진 사실에 혼란을 느끼지만, 결국 이를 받아들이고 슬퍼하죠. 사람들은 기후 변화라는 현실에 슬퍼하고 무기력함을 느끼잖아요. 하지만 그들이 무기력함을 이겨내고 작은 행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울 수 있지 않을까요?"(본문 중에서)'언젠가'라고 말하지 말고 '지금 바로'무기력함을 이겨내고 작은 행동을 실천하는 것. 어렵지만 다른 사람과 기꺼이 그리고 즐겁게 '함께하는' 것.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한 단계 한 단계 과정을 밟는 것. 무엇보다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 이것이 이 책에 소개된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다른 사람들의 마을 만들기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 관해 자꾸 질문을 던지게 됐다. 나는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그것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여전히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실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 무엇을 꿈꾸고 어떤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기록이며, 일단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능성의 기록이다.
마을의 귀환 - 대안적 삶을 꿈꾸는 도시공동체 현장에 가다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지음,
오마이북,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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