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국제음악당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연화도로 가는 뱃길에서 만나는 통영국제음악당. 뒤로는 미륵산과 케이블카 모습이 보인다.
정도길
언제 날아왔는지 갈매기 떼가 배를 쫓아오고 있다. 여행자가 던져주는 새우깡에 꼬임 당한 갈매기. 저 작은 새우깡을 어떻게 발견하며 달려드는지 신기하다. 새우깡을 쫓는 갈매기 떼는 바다를 한참동안 달려서야 사라졌다. 섬과 섬이 어우러진 통영바다.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빗은 조각품과도 같은 섬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여행이다. 어떤 바위섬은 무거운 등대를 제 몸에 얹혀 놓은 채, 밤길을 지나는 배를 인도해 준다. 통영항에서 한 시간 조금 더 달렸을까, 땅에 발을 내려놓을 섬, 연화도가 눈에 들어온다.
긴 뱃고동 울음소리... 불효자가 고향 찾는 야릇한 기분으로 다가 와연화도에 가는 것은 사람뿐이 아니다. 차량도 뒤섞여 있다. 제마다 갈 길이 바쁜 모양인지, 사람과 차량이 서로 앞서려고 혼잡하다. 이정표도 보지 않은 채, 무리를 이룬 산행팀의 뒤를 따라 걸었다. 한참이나 걸었을 즈음, '내가 어느 쪽으로 가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주변 사람에게 묻기도 멋쩍어서 그냥 같이 걷기로 했다. 설마 이 작은 섬에서 "가면 어디로 갈까, 거기서 거기겠지"라는 생각에서다.
"내 새끼 어디에 있니? 내 새끼 못 봤어요?""내 사진 좀 찍어줘요. 나도 같이 찍어줘.""나도 따라 갈게요. 나도 같이 가게 해 줘."야트막한 산등성이를 오르니 이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꽤나 시끄럽기까지 하다. 거의 비명에 가깝도록 질러댄다. 줄에 묶인 염소가 울부짖는 소리를, 나는 이렇게 들었다. 자연 속에 동화되면 동물의 울음소리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느낌이다. 염소에게 답을 하고 있는 나.
"그래. 미안하지만 너 새끼를 못 봤어. 산행도 함께 하고 싶지만, 같이 갈 수 없는 사정을 이해해 줘. 대신 사진은 한 장 찍어 줄게."그런데 결국 사진 한 장도 찍어 주지 못한 채, 산을 오르고야 말았다. 염소의 울음 섞인 호소를 한참 뒤에야 깨달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