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해명 나선 민정수석실, '채동욱 정보수집' 인정

'청와대 배후설' 모르쇠 하다... 기자들 성토에 "불법 사찰 아니라 적법하게"

등록 2013.09.16 21:22수정 2013.09.1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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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검찰총장 사퇴가 청와대의 치밀한 기획에 따라 이뤄졌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채 총장 사퇴를 청와대가 기획했다는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정치 공세"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의혹은 더 증폭되는 모양새다.

채동욱 총장 사퇴와 관련해 제기된 '청와대 배후설'의 중심에는 민정수석실이 있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정원을 동원해 채 총장의 혼외자식 의혹에 대해 당사자들을 뒷조사했고 이를 토대로 사퇴 압력을 넣었다는 게 의혹의 핵심 내용이다. 정치권은 물론 검찰 내부에서도 증언이 쏟아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8월 한 달간 채동욱 사찰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지난 7월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지난 7월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이전부터 곽상도 전 민정수석과 국정원 2차장이 채동욱 검찰총장을 사찰했다"면서 "(지난 8월 5일) 해임 당한 곽상도 전 수석은 이중희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채동욱 사찰 자료'를 넘겼고 8월 한달간 채동욱 검찰총장을 사찰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중희 비서관과 김광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두 사람만 연락을 하면서 이러한 내용이 유지가 됐다"면서 "심지어 이중희 비서관은 김광수 부장에게 '채동욱 총장이 곧 날아간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선일보>가 지난 6일 채동욱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하기 전, 이중희 비서관이 일부 검사들에게 <조선일보> 보도 예정 사실을 알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국정원 사건 수사에 참여한 한 검사는 지난 15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민정비서관은 일부 검사에게 <조선일보> 보도 예정 사실을 알렸고, 그 무렵 일부 검사에게는 총장이 곧 그만 둘 것이니 동요치 말라는 입장을 전달하였다"는 내용을 글을 올렸다.


민감한 개인정보 출처는?... 짙어지는 청와대 배후설

이 같은 글 내용이 사실일 경우 <조선일보>의 '채동욱 총장 혼외 아들 숨겼다' 보도, 이후 총장 사퇴 관철이라는 시나리오를 짜고 총지휘를 맡은 것은 청와대라는 이야기가 된다. 또 <조선일보> 보도에 사용된 민감한 개인정보의 출처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일 것이라는 의혹도 짙어진다.


청와대가 채 총장 등 당사자들의 혈액형을 파악해 사퇴를 압박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날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지난 8일 저녁 가까운 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 "채총장의 혈액형은 A형, 임씨는 B형, (혼외 아들 의혹을 받고 있는) 임씨의 아들은 AB형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것은 채 총장에게 혼외 아들이 있다는 유력한 근거다. 채 총장 이제 끝났다. 3,4일 안에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홍경식 민정수석은 같은 날 저녁 채 총장을 만나 임아무개씨의 전화번호를 건네면서 "전화해 보라"고 권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본인이 아니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개인정보를 입수해 활용한 것은 민간인 사찰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의혹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날 오전만 해도 쏟아지는 의혹들에 대해 청와대는 "파악된 게 없다", "그런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청와대가 국정원 댓글 사건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해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에 상처를 낸 채 총장을 쫓아내기 위해 이번 사건을 만들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국론을 분열시키고 공직사회를 흔드는 정치공세"라고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언론에 방어막 친 민정수석실... 기자들 성토 시작되자 늑장 해명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은 지난 8월 5일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인사 관련 소감을 발표하는 모습.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은 지난 8월 5일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인사 관련 소감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특히 민정수석실은 언론의 취재에 철저하게 방어막을 쳤다. 의혹의 중심에 민정수석실이 있음에도 언론 취재에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때문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민정수석실에 대언론 함구령을 내렸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결국 모르쇠로 일관하는 민정수석실에 대한 기자들의 성토가 시작되고 출입기자단이 제기된 의혹에 대해 공식 해명을 요구하고 나서야 청와대는 움직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회담을 마친 후 기자실을 찾아 민정수석실의 해명을 전했다. 의혹의 직접 당사자인 홍경식 민정수석은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민정수석실은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채 총장을 사찰했고 이 자료를 이중희 민정비서관에게 넘겼다는 박 지원 의원의 주장에 대해 민정수석실은 "(사찰) 파일을 인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또 이중희 비서관이 김광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에게 전화해 '채동욱 총장이 곧 날아간다'고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9월 1일부터 15일까지 전화통화 사실 자체가 없다"며 "김광수 부장도 9월 들어 민정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중희 비서관이 검사들에게 미리 <조선일보> 보도 내용을 알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민정수석실에서도 보도를 보고 나서 (혼외 아들 의혹을) 알았다고 한다"며 "민정수석실에서는 그런 전화를 받았다는 검사를 한 명이라도 있으면 데리고 오라고 자신있게 말하더라"고 밝혔다. 

청와대 불법사찰 등 모든 의혹 부인... 의구심 해소엔 역부족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에서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해 개인정보를 수집한 사실은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이 아니라 적접 절차에 따라 정보 수집이 이뤄졌고, 그 시기도 <조선일보> 보도 이후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비서실 운영규정에 따라 설치된 특별감찰반이 채 총장 관련 의혹이 보도된 이후, 총장 개인은 물론 검찰의 명예와 신뢰, 정부 부담 등을 고려해 특별 감찰에 착수한 것"이라며 "불법 사찰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민정수석실이 밝혔다고 전했다.

개인정보 확보 과정에 대해서는 "특별감찰반이 학교 등 해당 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그에 응하면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고, 거부하면 열람, 열람도 거부할 경우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고 민정수석실에서 이야기를 한다"며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민정수석실에서는 어떤 확인 작업도 거친 게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뒤늦게 해명에 나섰지만 의혹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검찰 내부에서 쏟아지는 증언들이 워낙 구체적인데다 의혹 해소에 늑장을 부리는 청와대의  태도가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채동욱 #청와대 #민정수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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