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야 대표 회담 결과에 대해 단호한 표정으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무회의에서 야당을 성토하는 박 대통령의 목소리는 다소 격앙돼 있었다. 박 대통령은 성과 없이 끝난 3자회담에 대해 "정치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상생의 정치로, 미래로 나아가기를 바랐는데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문을 열였다.
그리고 곧 바로 장외투쟁을 이어가기로 한 민주당에 작심 발언을 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정기국회가 시작됐는데도 장외투쟁을 계속 하면서 민생법안 심의를 거부한다면 그것은 결코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닐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를 둘러싼 야당과의 구원(舊怨)도 다시한번 상기시켰다. 박 대통령은 "새정부가 출범하고 야당의 비협조로 정부조직 개편안이 장기 표류해서 국정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에 국정원 문제로 또 다시 장기간 장외투쟁을 하는 것이 과연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민을 위하는, 또 국민이 원하는 민의인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로 통과시킨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쟁점 법안의 경우 '60% 다수결'을 원칙으로 하는 선진화법에 기대 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선진화법을 제정하고 그것을 극단적으로 활용해서 민생의 발목을 잡아서는 결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국 경색 야당 탓만 하는 대통령... '불통' 성찰은 없어
이날 박 대통령의 초강경 발언에는 3자회담 결렬 이후 추석 밥상머리 여론전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대통령 사과나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야당의 장외투쟁이 민생을 볼모로 한 정치공세라는 점을 적극 부각해 민주당을 구석으로 몰겠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파국으로 치닫는 정국 경색의 원인을 야당의 비협조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야당이 거리로 뛰쳐나간 이유를 고심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야당의 요구에 귀를 막고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는 불통과 독선이 야당을 극단으로 몰고 있다는 비판적 성찰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박 대통령은 자신은 진정성을 갖고 국정에 온 힘을 쏟고 있는데 야당은 그저 발목 잡기에 급급하다는 인식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고 남은 임기 동안도 그럴 것이다. 저도 야당 대표로 활동했고 어려운 당을 일으켜 세운 적도 있지만 당의 목적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강변한 게 대표적이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어제 회담에서 민주당은 대통령의 사과를 계속 강요하면서 국정 최고 책임자를 몰아세우는 진풍경을 보여줬다"며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는데 본인들의 의견이 반영 안 되었다고 장외투쟁을 강행하면서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고 대통령과 담판정치만 하겠다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위기이고 의회정치에도 위배되는 일"이라고 공세를 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더 이상 야당과의 직접 대화는 없고, 더 이상 야당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사실상 야당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대통령을 상대로 정책이나 현안을 끌고 나아가려는 모습에서 벗어나 국회로 돌아와 여당과 모든 것을 논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현 수석도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켜놓고 그것을 유명무실하게 방치하고 장외로 나가있는 야당에게 국회선진화법의 정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민족의 최대 명절에 국민을 위해 국회가 본연의 임무를 다 할 수 있도록 민주당은 국회로 돌아올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독이 된 3자회담... 미궁에 빠진 정국 정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