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안 가결, 활짝 웃는 이석기...왜?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직후, 국회 본청을 나서던 이 의원이 환호하는 당원들을 향해 답례인사를 하고 있다.
이희훈
통합진보당과 이석기 세력에 대한 혐오와 증오에 가까운 마녀사냥은 이제 시작이다. 언론보도에 나온 것처럼 <자본론>을 강의하던 대학강사가 제자에게 신고 당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연좌제가 금지된 사회에서 구속자 가족의 차에 '간첩'이라고 붉은 낙서가 되는 일도 일어났다. 학생인권조례안을 두고도 종북을 문제 삼는 일이 생겼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대화를 듣고 이를 신고하는 학생들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에 정부 비판 글 하나를 쓸 때, 국정원을 비판하는 글 하나를 쓸 때, 혹시 종북으로 낙인찍힐까 두렵다는 얘기도 들린다. 침묵을 강요하는 자기검열의 기제가 강력하게 작동하게 되었다.
거의 혐오범죄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이를 걱정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는 너무 작다. 오히려 정부와 여당 그리고 보수언론들은 물 만난 물고기들처럼 마녀사냥의 분위기를 부추기는 언동을 경쟁적으로 해대고 있다. 무수한 미확인 보도들과 함께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반대하거나 기권한 의원들을 색출하려는 움직임도 보였고, 종북척결을 요구하는 대시민 서명을 추석 귀성객들을 상대로 여당의원들이 공공연하게 받는 모습도 보인다.
법정에서의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와는 상관없이 우리 사회는 국정원이 만들어낸 마녀사냥에 휩쓸려가고 있다. 시민들끼리 서로의 생각을 관용하고 토론하는 게 아니라, 증오하고 그 증오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도 된다고 부추기는 짓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참으로 어려운 시기가 도래했다. 통합진보당의 정치노선에 대한 찬반은 공론의 장에서 토론할 대상이지 사법처리와 정치적 배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목소리마저 하기 어렵다면, 우리는 한참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
이미 국정원은 이 사건을 터뜨리면서 차고 넘치도록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피의사실 공표, 불법도감청 의혹을 비롯한 많은 인권침해들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이를 지적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들에게 자행되는 인권침해를 우리가 용인할 때 우리 사회는 야만사회가 된다. 마치 마녀가 아님을 서로 다투어 입증하다가 하나하나 화형대에 설 수 있는 사회가 되고 있다. 마녀는 죽어서야만 마녀가 아님을 입증 받을 수 있다.
마녀사냥의 전쟁터를 과감히 부정하고 뛰쳐나와야 한다. 다시 국정원의 개혁을 외치는 촛불을 더욱 높게, 크게 들어야 할 때다. 마르틴 뇌물러 목사의 <그들이 왔다>라는 시에서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잡으러 왔을 때 침묵했던 내가 그들에게 잡혀갈 때 나를 위해 항의해주는 사람 하나 없었다고 통찰을 우리는 이제 받아들여야 한다.
종북이니 아니냐는 공론의 장으로 넘기자. 지금은 이성을 회복할 때. 부디 국정원이 나를 잡으러 왔을 때 나를 위해 항의해주는 이가 없는 그런 상황은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마녀사냥은 이성을 가진 시민들의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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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다음 타깃은 '나', 누가 말려줄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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