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옷 입은 민주당, 속옷도 갈아입어야

당 상징색의 변화가 색깔의 변화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등록 2013.09.17 20:10수정 2013.09.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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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지금까지 노란색과 녹색을 당의 상징으로 사용해 왔던 민주당은 60년 당 역사상 처음으로 당의 색깔을 '파란색'으로 변경했다. 당의 상징색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는 실로 파격적인 조치다. 파란색은 바로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의 상징색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김한길 대표가 추진하는 '혁신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데, 변화와 쇄신의 이미지를 드러내고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위한 시도로 보인다.

이에 대해,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여겨 온 당내 친노진영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의 여당과 야당은 새누리당과 한나라당'이라는 조롱까지 나올 정도이다. 당 색깔 변경에 담긴 의도가 정말 '친노색 지우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시기에 '비본질적이지만 예민한' 문제로 당내 갈등과 당 밖의 비판을 자초한 측면도 없잖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 색깔 변화로 재미 본 새누리당

하지만 최근에, 비판을 무릅쓰고 당의 색깔을 바꿔 재미를 본 케이스가 있다. 바로 새누리당의 경우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은 돌연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당의 색깔을 빨간색으로 변경했다. 해방 후 반세기 동안, 개혁 세력의 목소리를 모두 '색깔론'으로 억눌러 온 세력이 본인들을 상징하는 색을 빨간색으로 변경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새누리당의 성향이나 지지층을 생각해 볼 때, 당 안팎에서 이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굉장히 많았지만,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필두로 한 새누리당은 빨간색으로 총선을 치렀고, 결국 '참패'까지 예상되던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냈다.

되돌이켜 보면, 당시 새누리당이 당의 색깔을 빨간색으로 변경한 것은, 정말 영리한 조치였다. 시대의 냄새를 제대로 맡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고통이 중첩되는 우리 사회에서, 이제 복지와 경제민주화 등을 형식적으로라도 외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 하에, 아예 당을 드러내는 색깔부터 바꾸며 대응한 것이다. 물론,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이에 대해 '좌파 코스프레'라고 일갈한 바 있듯이, 총선 이후부터 지금까지 새누리당의 '입'이 아닌 '행동'을 보면, 내실 없는 치장에 지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만, 그것이 최소한 정략적으로 참 영리한 선택이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당 색깔에 걸맞는 변화 보여주길

민주당은 총선과 대선에서 네 번이나 연거푸 졌다.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아무리 떨어져도, 실망한 표심은 민주당으로 옮겨 가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 민주당보다는 '안철수'라는 제3의 정치인에게 쏠리고 있고, 그의 신당이 조직되었을 경우 민주당은 거의 존립 자체가 위험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을 쇄신하겠다는 의지로 당의 얼굴인 색깔을 바꾼 것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안 좋게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의 색깔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당 색깔 변화로 끌어낸 성공도, 단순히 색깔의 변화를 넘어 경제민주화나 복지에 대한 담론을 당 안으로 어느 정도 포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성공이었다. 민주당도 그것을 교훈 삼아, 당의 상징색의 변화가 단순한 색깔의 변화로 끝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만일 그것이 실제적인 혁신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논란만 일으키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 청와대나 여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필두로 한 현 경색 정국에 대한 분위기 파악을 전혀 못 하는 분위기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모인 3자 회담도 실망만 남긴 채 끝났다. 대국민 사과를 함과 동시에, 국정원을 한 번 크게 개혁하는 액션을 취하기만 해도 정국은 진작에 안정될 수 있는 문제였는데, 청와대는 요지부동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더욱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제 1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당 컬러의 변화가 그러한 결기의 상징이기를 바란다.
#민주당 #새누리당 #김한길 #3자 회담 #상징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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