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질링의 차밭경사진 비탈에 위치한 다르질링의 치밭. (2010년 6월 사진)
정광주
다르질링은 인도 안에서 또 다른 나라를 찾아가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인도 서쪽의 티베트 도시 라다크처럼 라다크 반대편에 있는 인도 동쪽의 다르질링에서도 많은 티베트 사람들이 살고 있고 티베트 불교사원과 해발 2000m를 넘는 고산지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만날 수 있으며 인도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히말라야의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다르질링은 인도의 웨스트 뱅갈주에 속하는 도시로 오래전 이름은 인도 동북부의 중심세력이었던 시킴 왕국의 '도르제 링'이었다. 인도를 식민 통치하던 영국에게 1935년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다르질링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불교가 국교인 시킴왕국의 영토였던 다르질링에선 오랜 역사를 지닌 티베트 불교의 사찰과 식민통치를 하던 영국의 흔적이 느껴지는 유럽식 건물들이 공존하며 인도와는 또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다르질링은 영국 식민지 시대부터 영국인들의 피서지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해발 2248m의 히말라야 산속에 있어서 한여름에도 시원한 이곳은 인도대륙의 살인적인 더위를 피해서 영국인들이 휴가를 보냈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인도 내에서 손꼽히는 휴양지인 다르질링에는 지금도 한여름의 더위를 피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씩 머물며 휴가를 보내는 인도인들이 많다
유럽에서도 유일하게 동양의 차를 즐겼던 영국은 다르질링을 인도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의 휴양지로 만들고 차 재배지로까지 육성하고자 했다. 영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중국에서 찻잎을 수입했고 차 생산의 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영국의 식민지에서 차를 재배하려 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수입한 중국의 차나무를 다르질링에서 재배하여 성공했고 토양과 기후가 차나무 재배에 적합했던 다르질링은 이후 세계적인 홍차 재배지가 되었다.
다르질링 차는 '홍차의 샴페인'이라 불리며 중국의 기문, 스리랑카의 우바 홍차와 함께 세계 3대 홍차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찻잎은 일 년에 네 번 수확을 하는데 수확 시기에 따라 3, 4월의 퍼스트 플러시 5, 6월의 세컨드 플러시 7, 8월의 썸머 플러시, 10월 이후에 수확하는 오툼 플러시 등으로 나뉘며 채취시기에 따라 맛과 향에 차이가 있다.
다르질링 차는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다. 가볍고 섬세한 맛과 유럽 원산의 포도에서 풍기는 머스캣(포도의 한 종류)향이 특징이며 차를 우리면 탕색이 밝고 옅은 오렌지색으로 나타난다. 영국이나 옛 대영제국에서 전통적으로 다른 홍차들보다 고급으로 여겨져 왔으며 생산량이 적어 다른 종류의 홍차보다 가격이 두 배 가량 높은 편이다. 이와 같이 비싼 가격 때문에 시중에서 흔히 접하는 다르질링 차는 다른 홍차 잎과 블랜딩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