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지른 절벽위로 전망대가 보인다.
심명남
콧노래가 자연스럽게 흘러 나왔다. 추석 다음 날(20일) 형님 그리고 지인과 함께 소호항에서 보트를 띄웠다. 바닷길을 달렸다. 오늘따라 바다가 바람 한 점 없이 어머니의 품속처럼 고요하다. 이런 바다를 두고 뱃사람들은 '완전 장판'이라 부른다.
너무나도 잔잔한 바다를 달리는 것이 조금은 미안타. 주위는 보트 엔진소리뿐이다. 오늘따라 섬이 유난히 많은 것 같다. 그 옛날 거인들이 섬과 섬을 징검다리 삼아 뛰어 놀았을 것 같은 다도해에는 365개의 유·무인도가 바다 위에 펼쳐진다. 억겁의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는 섬. 하지만 모진 풍파와 싸워 질곡의 세월을 보냈지만 변함없이 푸르다. 이제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싶다.
여자만과 가막만으로 나눠는 여수바다. 우리가 탄 보트는 그 중간 경계면 사이를 지나 한껏 유명세를 타고 있는 금오도 비렁길로 접어든다. 바다 위에서 보는 해상 비렁길을 달리는 셈이다.
금오도는 동바다와 서바다로 나뉜다. 어부들은 동바닥과 서바닥으로 부른다. 동바닥은 여객선 뱃길인 반면 서바닥은 좀 멀다. 허나 동풍이 심한 겨울철이면 금오도가 막아줘 바람 한 점 없는 잔잔한 뱃길이 된다. 겨울철 피난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