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 부재자투표서 4천여표 미분류

지난 대선 미분류 오차율 63%로 전국 최고 기록 경신

등록 2013.09.24 11:14수정 2013.09.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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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부산 북구 부재자투표에서 전체 6503표 가운데 미분류표가 4112매(오차율 63%), 무효표는 99매에 달했음이 개표상황 정보공개청구 결과 드러났다. 이는 1887표 개표에 1020매의 미분류표를 쏟아낸 정읍시 신태인읍 1투의 오차율 54%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현재까지 밝혀진 전국 최고 기록이다.

'미분류표'란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가 투입된 투표지를 제대로 판독하지 못해 후보자별로 분류하지 못하고 토해내는 표를 말한다. 분류에 실패했으니 심사집계부의 개표사무원들이 수작업으로 일일이 검표해 후보자별 득표수를 확인, 심사해야 한다.

a 부산 북구 부재자투 미분류표가 4112표(오차율 63%)나 된다.

부산 북구 부재자투 미분류표가 4112표(오차율 63%)나 된다. ⓒ 정병진


물론 투표지분류기로 분류된 투표지라도 심사집계부와 검열위원석에서 "전량 육안으로 2-3번" '검열'하게 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투표지분류기로 1차 먼저 분류된 상태에서 이상 유무를 재확인하는 차원의 검열을 한다면 개표 속도가 더 빠를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용상 위법 논란에 시달리면서도 투표지분류기를 포기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밤샘개표의 수고를 덜고 편리하고 신속하게 개표"하는 데 투표지분류기가 매우 유용하다고 보는 거다. 그러나 미분류표 오차율이 63%에 달함에도 투표지분류기를 "편리하고 신속한 기기"라 선뜻 인정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난 23일, 대선 당시 부산 북구선거관리위원회(부산 북구선관위) 관리계장으로 일했던 정도환 계장에게 미분류표가 4112표나 쏟아진 경위를 알아봤다. 그는 "부재자투표의 경우 선관위 자체에서 투표지를 인쇄했는데 투표용지 두께가 약간 차이가 나자 투표지분류기가 인식을 못해 미분류표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무효표가 99매나 나온 원인에 대해서는 "부재자투표지 가운데는 몸이 불편해 볼펜으로 기표하는 거소투표자들의 것이 있는데 대략 10%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투표용지는 투표지분류기가 인식 못해 미분류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부재자투표가 일반 투표소의 투표보다 더 다양한 미분류 원인이 나타난다"고도 덧붙였다.

a 인천 계양 2동 8투 미분류표가 1036표(오차율 33.7%)이다.

인천 계양 2동 8투 미분류표가 1036표(오차율 33.7%)이다. ⓒ 정병진


하지만 부산 북구 대선 개표시 일반 투표구들 중에도 미분류율이 평균치(중앙선관위 발표 3.37%)를 크게 상회하는 곳이 적지 않았다. 가령 구포 2동 2투는 투표수 2738에 미분류표가 315(오차율 11.5%), 구포 2동 6투는 투표수 1319에 미분류표가 135(오차율 10.5%), 구포 2동 7투는 투표수 2210에 미분류표가 301(오차율 13.6%), 구포 3동 3투는 투표수 2554에 미분류표가 452(오차율 17.6%)표로 나타났다.


부산 북구의 미분류율이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사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서울을 제외한 6대 광역시에서 미분류율이 높게 나온 투표구를 한 군데씩만 소개하면 이렇다. 부산 동래구 안락 1동 4투는 투표수 2566에 미분류표가 742(오차율 28.9%), 대구 달성군 현풍면 4투는 투표수 833에 미분류가 209(오차율 25%), 광주 동구 학운동 1투는 투표수 2030에 미분류표가 367(오차율 18%), 울산 남구 부재자투는 투표수 7859에 미분류표가 913(오차율 11.6%), 대전 서구 기성동 3투는 투표수 1105에 미분류표가 200(오차율 18%), 인천 계양구 계양 2동 8투는 투표수 3072에 미분류표가 1036(오차율 33.7%)표로 각각 나타났다.

중앙선관위는 "각 지역 투표구의 투표지분류기에서 미분류표가 많이 발생해도 어차피 수작업으로 검표하는 과정을 거치므로 개표의 정확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대전 서구 용문동 3투는 투표수가 2869이고 미분류표가 276표(오차율 9.6%) 나왔다. 투표지분류기 종료시각은 21시 08분, 위원장 공표시각은 21시 21분이다. 개표기 종료 이후 위원장 공표까지는 수작업 개표하는 시간이므로 2869표의 개표를 13분 만에 끝냈음을 알 수 있다.


인천 남동구 구월 1동 4투의 경우는 투표수 3016에 미분류 265표(오차율 8.7%)인데 수개표 시간은 16분 걸렸다. 광주 동구 학운동 1투는 투표수 2030에 미분류표 367(오차율 18%), 수개표는 12분이다. 이 정도 짧은 시간이면 다른 표들의 검표는 고사하고 미분류표조차 제대로 살피기 힘들다. 참고로 중앙선관위의 개표 시연회 때 6천표 개표에 2시간 15분이 소요됐다. 

a 개표기 제작 요건 미분류표 발생률이 0.1% 이내여야 한다고 돼 있다.

개표기 제작 요건 미분류표 발생률이 0.1% 이내여야 한다고 돼 있다. ⓒ 정병진


중앙선관위의 투표지분류기 제작사업 조달청 입찰 자료에 따르면 "운영 프로그램 기능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미분류투표지 발생률 - 정상기표(구분선상의 접선 없이 기표모양이 100%로 현출된 기표)가 된 투표지의 경우 0.1% 이내이어야 함." 그런데 0.1% 이내여야 할 투표지분류기의 미분류율이 부산 북구에서는 무려 63%에 달했다. 더욱이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미분류율을 보인 투표구가 전국 도처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은 현 투표지분류기의 성능을 국민이 과연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미분류표 #투표지분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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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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