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에 와 주세요!서울 소재 대학 선호현상으로 인한 지역대학들의 학생유치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지역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입학사정 보다는 대학 홍보에 힘 쓸 수밖에 없다.
이혁제
현재로서는 '서울대'라는 기표가 사라지면 고려대와 연세대가 그 자리를 대신 할 공산이 크다. 현재 두 대학은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지만 서울대가 폐지되면 우리 사회는 이 두 대학에 대해서 순위를 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승자가 현재의 서울대가 누리는 영광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고 우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서울대에 대한 '기의'들 또한 그 대학으로 전이 될 것이다.
서울대 속에 숨어있는 기의들은 강도를 달리하여 서울 소재 대학들로 이어지고 있다. '인서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맑은 공기는 노후에 마시자'라는 장난스러운 급훈까지 등장했다. 올 수시모집 원서접수 결과, 예전과 마찬가지로 서울 소재 대학 선호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된 서울 소재 대학들의 경쟁률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서울 소재 대학들의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을 넘어 선 것에 비해 지역 대학들은 한 자리 숫자에 불과하다. 6회 복수지원을 감안하면 실질 경쟁률은 2∼3대 1에 그친 것이다.
서울 소재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몰려드는 수험생들 중 우수인재를 추려내기 위한 사정(査定)을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달리 또 한 부류의 사정관들이 최고의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바로 지역 대학의 사정관들이다. 이들도 학생들을 사정하느라 바쁘다. 그런데 이들의 사정 대상은 학생들이 아니라 고3 진학 담당 선생님들이다. 제발 학생들을 자기 학교로 보내달라고 사정(事情)하는 것이다.
서울 중심주의에서 탈피해야서울선호현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사교육문제 해결은 불가능 할 것이다. 서울이라는 한정된 범위 속에 들어가려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다 같이 공유하는 공교육만으로는 안심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입시 제도를 바꾸고 사교육 기관 및 사교육 종사자들을 단속한다고 해서 망국적인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한 마디로 사교육 종사자들이 사교육 문제의 근본 원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울중심주의의 최대 수혜자일 뿐이다. 사교육비의 원인을 사교육종사자에게 찾는 다면 성형중독이 사회문제가 된다고 해서 그 원인을 성형외과 의사에게 돌리는 것과 같을 것이다. 성형중독의 원인은 외모지상주의이지 성형외과 의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교육 종사자와 마찬가지로 성형외과 의사 또한 현 사회구조의 수혜자일 뿐이다.
답은 확실하다. 사회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물론 단기간에 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서 밤 10시 이후에 학원심야수업 금지를 먼저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특정 대학 출신이 특정 자리에 10% 이상 차지할 수 없도록 법적인 장비를 갖추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정부의 개발정책에서 수혜를 입어왔던 서울의 지방에 대한 양보와 배려가 필요하다. 서울과 지방이 서로 살겠다고 아우성을 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필요한 투자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사에 전쟁 이후 대한민국처럼 단 기간에 발전한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성공의 밑바탕이 우리네 부모들의 교육열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교육을 교육열의 한 수단으로 보기에는 서민들이 느끼는 고통은 너무나 크다. 교육부의 이번 대입제도 개선안 또한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가장 크게 담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교육비 문제는 어느 한 부처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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