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 집에서 TV를 보던 중 아들은 제 다리에 머리를 댔고, 딸은 동생 허리에 머리를 올렸습니다.
임현철
곰곰이 생각하던 중, 퍼뜩 떠오르는 상황 하나가 있었습니다. 지난 9월 초, 약속시간에 맞춰 나가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고 승강기 대신 계단으로 내려가던 길이었습니다. 한 녀석이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고, 2층 계단에 앉아 있는 아들을 만났습니다.
"아들, 거기서 뭐해?""잠시 앉아 친구 기다려요."그런데 아들 옆을 지나가다 담배 냄새를 맡았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면서 '에이~, 설마~~~' 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마음 한쪽이 걸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학교 갈 준비 중이던 아들에게 한마디 내뱉었습니다.
"아들, 너 담배 피우냐? 어제 계단에서 너한테 담배 냄새 나더라.""예?"아들은 한 마디로 끝. 말하면서도 이건 아닌데 싶었습니다. 아들과 조용히 차분하게 이야기해야 할 사건인데 살짝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그 틈을 비집고 아내가 더 날뛰었습니다.
"아빠가 너 담배 냄새 났다는 소리가 무슨 말이야?""아빠가 잘못 맡은 거겠지."아들 변명은 그럴 듯했습니다. 아빠에게 "담배 끊어요"라고 요구하던 아들이라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러다 아들이 학교에서 담배 피우다 적발된 소식을 듣게 된 것입니다. 엄청 후회되더군요. 역시, 자녀 교육은 미루지 않고 그 자리서 즉시 하는 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몇 주 전부터 호기심으로 담배 피웠어요""저녁 7시 가족회의"문자 메시지로 가족회의가 고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오지 않았습니다. 아내, 중학교 3학년 딸과 셋이 앉았습니다. 아내는 "수십 통이나 전화해도 안 받고, 문자도 씹는다"며 불안해했습니다. 아들이 집에 온 후 이야기하면 될 터인데 겁먹고 늦게 들어오도록 유도한 건 아닌지….
한 살 터울인 딸도 "동생이 담배 피우는 걸 몰랐다"며 "왜 담배를 피웠는지 의아하다"고 했습니다.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이 계속되었습니다. 밤 9시가 넘자 아들은 누나에게 전화했더군요. 딸은 "집 상황이 어쩐지 살피는 거였다"고 합니다.
밤 10시가 넘자 아들이 집에 들어왔습니다. 잠시동안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가족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아들의 항변은 간단했습니다.
"몇 주 전부터 호기심으로 담배 피웠어요. 이제 담배 안 피워요."아내의 읍소와 딸의 "반성 기미가 없다"는 질책으로 진행되던 가족회의는 아들의 다짐과 더불어 웃음 속에 끝났습니다. 가족이 내린 벌은 학교에서 내린 봉사 명령 10일에 맞춰, 10일간의 핸드폰 압수와 집안 청소, 학교 끝나자마자 즉시 귀가였습니다.
이렇게 아들의 사춘기는 마무리 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다음 날에도 10시가 넘어서야 들어왔습니다. 사랑으로 감싼 식구들에게 허탈감을 안겼습니다. 그렇지만 뭐라 할 수 없었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 쉽사리 넘어갈 성질의 것이 아니었던 겁니다.
아들의 가출과 돌아오겠다는 문자,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