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표지.
윤근혁
6명의 필자 가운데 3명이 협조 거부를 선언한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와 야당 의원들이 각각 현행 교과서 관련 법령 등을 분석한 결과다.
27일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교육청소년위 강영구 변호사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교육위) 정진후 의원(정의당) 등에 따르면 교학사 교과서는 현행 저작권법과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등에 따라 '검정 합격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유①] "대표 저자가 수정 불가능"... 저작권법 위반서남수 교육부장관은 지난 11일 "교학사 교과서를 비롯한 8종 교과서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수정·보완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교육부는 국사편찬위원회 전문가협의회의 자문과 출판사와 협의를 거쳐 10월 말까지 수정·보완을 완료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서 장관의 이 같은 방침은 벽에 부딪혔다. 지난 25일 교학사 교과서를 집필한 현직교사 3명 모두가 "교과서에서 이름을 빼 달라"는 공식 문서를 교학사에 전달하고, 수정 작업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관련기사
"<한국사> 집필진 사이에 내분... 교사 3명 수정 거부").
당장 필진 3명이 수정을 거부할 경우 다른 저자가 이들이 작성한 교과서 내용을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강 변호사는 "저작권법에 따르면 공동저작자 중 일부가 저작물 수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대표저자라 하더라도 이를 임의로 수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행 저작권법은 "공동저작물의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행사할 수 없다"(제15조)고 규정하고 있다. 대표 저작자라 하더라도 합의 없이 공동저작물에 손을 댈 수는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교육부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수정·보완 명령을 내리더라도 이것이 집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미 교육부 방침에 협조 의사를 밝힌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대표저자)와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수정 거부를 선언한 필진 3명의 서술 단원을 임의로 고치는 순간, 소송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내용 수정에 실패한 교학사 교과서는 검정 합격이 취소될 수 있다. 현행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38조 1호는 "저작자 또는 발행자가 영에 의한 명령을 위반했을 때는 검정 합격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유②] "검정 합격 뒤 저자 바꿔치기 불가능"... 교과서규정필진 3명이 '이름을 빼달라'는 뜻을 굽히지 않을 때도 검정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38조 3호는 "저작자의 성명표지가 검정 당시의 저작자와 다를 때는 검정 합격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8월 30일 검정에 합격할 당시의 교학사 교과서 필진은 6명이었다. 이 가운데 3명을 빼놓고 교과서 인쇄에 들어가는 순간, 검정 취소가 된다는 얘기다.
정진후 의원은 "공동저작자 중 일부가 저작자 명단에서 자신의 성명 제외를 요구했다면 엄연한 검정 합격 취소 사유인데, 교육부가 미적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