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곳곳에 움막을 설치해 농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소재 127번 철탑 현장에 움막을 새로 만들고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며 무덤을 만들어 놓았다.
윤성효
태극기를 매달자는 제안은 주민 곽정섭(67)씨가 했다. 곽씨는 "67년을 살아오면서 남을 위해,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송전탑을 막는 것은 남과 국가·사회를 위한 실천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남우(71)씨는 "곽씨한테 평소에 그런 말을 들을 때 울컥했다"며 "초등학교도 나오지 않은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데, 박사학위 10개 20개 갖고 있는 사람보다 더 애국자이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곳에 성인 20여 명이 들어갈 정도의 대형 무덤을 파놓았다. 특히 윤여림(75)씨는 지난 한 달 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움막을 짓고 무덤을 파기도 했다. 윤씨는 한국전력이 공사 재개를 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뒤 과로와 스트레스로 쓰러져 엿새동안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윤씨는 이날 움막 한 귀퉁이에서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그는 지난 추석도 이곳에서 지냈다. 마을 주민들에 의하면 윤씨는 지난 여름 송전탑 공사에 찬성하는 한 주민으로부터 위협을 받기도 했다. 주민들은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