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센터 직원·주민 정치 활동 조사" 복지부 사찰논란

자활센터 평가 관련 법적 기준 벗어나... 김성주 "개인정보 파악, 의구심 지울 수 없어"

등록 2013.10.01 11:03수정 2013.10.0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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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는 최근 지역 자활센터에 지도·점검표를 내려보내며 센터 직원과 자활사업 참여 주민의 정치 활동 등을 조사 항목에 새로 추가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조사 항목은 복지부가 자활센터 평가 기준의 법적 범위를 벗어나 개인 정보를 파악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김성주 의원실 쪽 이의 제기에 9월 11일 내려보냈던 공문(왼쪽) 항목 일부를 수정, 9월 26일 새로운 공문을 내려보냈으나(오른쪽) 직원들의 정치 활동 등을 묻는 내용은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지역 자활센터에 지도·점검표를 내려보내며 센터 직원과 자활사업 참여 주민의 정치 활동 등을 조사 항목에 새로 추가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조사 항목은 복지부가 자활센터 평가 기준의 법적 범위를 벗어나 개인 정보를 파악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김성주 의원실 쪽 이의 제기에 9월 11일 내려보냈던 공문(왼쪽) 항목 일부를 수정, 9월 26일 새로운 공문을 내려보냈으나(오른쪽) 직원들의 정치 활동 등을 묻는 내용은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김성주 의원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전국 247개 자활센터 직원과 자활사업 참가자 등 4만여 명의 정당 가입·정치 활동 여부를 조사하라는 공문을 각 센터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1일 관련 자료를 공개하며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죄 혐의 등이 불거진) 민감한 시기에 직원과 참여주민의 정당 활동 실태 등 새로운 지도점검 항목이 생긴 것을 보면, (정부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9월 11일 전국 17개 시·도에 "일부 지역자활센터가 자활사업 본래 목적과 달리 운영되고, 회계 부정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전국 지역자활센터를 대상으로 지도·점검을 실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때 복지부가 함께 보낸 '2013년 지역자활센터 지도·점검표'는 주로 직원 급여 관리, 기관 운영 회계 등 센터 운영 전반에 관한 내용들로 이뤄져있었다.

하지만 '센터 운영'과 연관성이 없는 것도 들어가있는 상태였다. 복지부는 '직원 급여, 관리 등' 분야에 '직원 및 참여 주민 정당 활동 실태'란 점검항목을 넣고 "정당 가입 권유, 법인 대표 정치 후원금 납부, 모바일 투표 참여, 특별당비 납부, 당 대표 선거 유세 권유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자활근로사업비 집행'과 관련해선 당원 모집과 이념교육 및 종교 활동 등에 사용했는지를, '기타 센터운영관리' 쪽에선 정당·종교교육 실시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자활센터는 복지부를 대행,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게 직업 훈련이나 창업 지원 등 자활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민간복지시설이다. 복지부는 매년 정부 예산을 각 센터에 내려 보내 자활사업을 진행한 뒤 그 추진 실적과 사업별 수입·지출 내역 등을 조사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직원과 참여주민의 정치 활동 등을 조사 범위에 포함했다.

"정치 활동이 자활사업과 무슨 관련" - "문제 제기 있어 센터 현황 파악한 것"

그런데 자활사업 관계자들의 정치 활동 등을 센터 지도·점검 사항에 넣는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규칙이 규정하고 있는 자활센터 평가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법은 ▲ 센터 관계자들의 사업수행능력과 실적 ▲ 자활지원사업 실적 등을 자활센터 평가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정부가 센터 종사자나 자활사업 참여주민의 정치 활동 등을 파악할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김성주 의원은 이같은 점검항목들은 "자활센터 직원이나 자활사업 참여 주민 개인의 정당활동, 지지정당 등 개인 정보를 파악하려는 것"이라며 "일반 국민들의 정당 활동이나 대통령 경선 참여 여부가 도대체 자활사업과 어떤 관련이 있냐"고 비판했다. 앞서 김 의원실은 복지부에 이의를 제기했고, 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여 '참여주민, 모바일 투표' 등 일부 내용을 수정한 공문을 9월 26일 다시 지자체에 전달했다. 하지만 직원의 정치 활동 등을 묻는 항목 자체는 아직도 남아 있다.

복지부는 관련 사례가 적발됐기 때문에 센터 운영 상황을 점검하려 한 것일 뿐, 자활사업 참여 주민들의 정치 활동 등을 파악할 목적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고현우 복지부 자활지원과장은 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최근 경기도 등 일부 지역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주민들에게 (정당·정치인 대상) 후원금 납부와 정당 가입을 권유한 일이 었었고, 종교나 모바일 투표 참여를 강요했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며 "업무시간에 해선 안 되는 일들이기에 현황을 파악하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도·점검은 해당 센터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지 주민이나 직원 개개인을 일일이 조사하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오해의 소지가 있어 최근 센터들에 주민 조사 여부를 확인했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활센터 운영비는 100% 정부 예산이기 때문에 업무시간 운영 관리 등은 (복지부가 지도·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김성주 #자활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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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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