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에 가면 '알뜰폰 단말기' 안내서가 있다. 여기서 단말기를 고르면 끝. 요금제도 단말기에 따라 정해져 있다.
이찬영
이번 주는 잠을 제대로 못잤다. 이유는 바로 우체국 알뜰폰.
이동통신 3사보다 단말기 값이 싸고 요금도 30퍼센트나 낮은 우체국 알뜰폰은 저번 주 금요일(9월 27일)에 판매를 시작했다. 한달간 규칙적으로 공부한 보상으로 핸드폰을 사기로 한 날이 9월 28일. 마침 바로 전날부터 우체국 알뜰폰을 판매한다기에 엄마와 나는 알뜰폰을 사기로 했다.
하지만 9월 28일은 토요일이라 휴일에 쉬는 우체국에서 알뜰폰을 살 수 없었다. 이때부터 잠을 설치는 밤이 시작됐다. 일요일. 시간은 너무 느리게 가고 핸드폰을 어서 갖고 싶다는 열망은 커져만 갔다. 이날 밤에는 핸드폰을 사는 꿈도 꿨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너무 아쉬웠다.
월요일 아침. 볼거리를 앓은 탓에 학교에 못 가게 된 난 일찍 우체국 열자마자 아빠랑 가서 핸드폰을 신청했다. 우체국에서는 신청서를 받아 팩스로 업체에 보내고 업체는 핸드폰을 개통해 우체국 택배로 집으로 배송한다. 바로 핸드폰을 못 얻는 게 섭섭했지만 핸드폰이 없던 나에게는 이마저도 큰 기쁨이었다.
느린 하루가 지나가고 월요일 밤에도 나는 핸드폰을 사는 꿈을 꿨다. 화요일에는 택배차와 초인종 소리를 간절히 기다렸다. 하지만 택배는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올 생각을 안 했다. 그렇게 화요일이 끝나버렸다. 업체 상담원에게 전화를 해도 전화가 많다면서 연결이 안되고 어떤 때는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안내소리와 함께 그냥 끊어진다. 실망 때문인지 화요일 밤에는 핸드폰 꿈을 안꿨다.
알뜰폰을 살 때 우체국 직원이 화요일 아니면 수요일에 온다해서 수요일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지냈다. 오후에 엄마와 같이 야외 활동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제국 택배차를 발견했다! 나는 너무나 기뻐서 소리 질렀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날아갈 것만 같았다.
경비사무실로 달려가서 우리집에 온 택배를 확인했다. 그때 경비 아저씨의 말은 바늘이 되어 내 마음에 꽂히고, 택배 아저씨의 말은 총이 되어 날 쐈다.
경비 아저씨 : "너네 집으로 온 택배는 없는데?"택배 아저씨 : "오늘 안 왔으면 내일은 쉬니까 금요일에 올 거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일은 개천절이라서 택배 배송은 쉰다.'(한숨)
금요일, 학교 갔다 와서 이 기사를 쓴다. 날이 어두워 가는 데도 안 오는 우체국 택배가 미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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