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수업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3주간의 시간을 보낸 나. 법륜 스님의 <인생 수업>을 읽으며 안 다친 다리 한쪽을 잡고 '감사합니다' 할 수 있었다.
이준길
그런 와중에 만난 <인생 수업>은 나에게 '긍정적으로 보라' 끊임없이 일러 주고 있었다. '그래도 이만큼 다쳐서 다행이네', '발목아 미안하다, 내가 부주의했구나. 다음부터는 더 조심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참 고마운 일이네' 이렇게 긍정적으로 마음을 돌이키니 찡그린 얼굴이 환하게 바뀌어 갔다. 병문안을 오는 사람들에게도 조금씩 농담을 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바로 이것이 내가 내 행복을 만들어가는 길이구나, 몸과 마음으로 느낀 순간이다.
"이미 일어나 버렸는데 그걸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일어나버린 일은 항상 잘된 일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보고 거기서부터 출발하면 어느 상황에서든 배울 수 있고, 그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지혜로운 조언도 해줄 수 있게 됩니다." 48p"어떤 경험을 했든 그것을 항상 교훈으로 삼아서 자산으로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114p 이미 일어나버린 일, 긍정적으로 보면 나에게 자산이 된다. 이미 일어나 버렸는데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다는 것이다. 실패를 통해서 교훈을 얻으면 실패가 성공의 토대가 된다는 얘기다. 긍정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힘이 바로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긍정의 힘'이 부쩍 강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과학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으로 사물을 바라보게끔 설계되어 있다고 발표가 나온 적도 있을 정도니까. 그러함에도 법륜 스님은 책 전체를 관통하며 누누이 강조한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보면 행복할 수 있다고. 행복도 내가 만들고 불행도 내가 만들고 행복과 불행은 바로 나에게 달려 있다고 말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행복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픈 인연의 매듭을 풀려면? 남녀가 결혼하면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힌다. 가장 많이 하소연하는 것이 고부 갈등이다. 고부 갈등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법륜 스님의 해법은 독특하면서도 참 지혜롭다. 책 속에는 남편의 입장에서, 아내의 입장에서, 그리고 시어머니의 입장에서 각각 어떻게 마음을 가져야 얽힌 매듭을 풀 수 있는지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다. 먼저 남편은 결혼하면 이렇게 마음을 정리하라고 일러준다.
"엄마의 가계에 소속돼 있던 멤버십에서 탈퇴해서 새 가정의 멤버십에 가입해야 합니다. 즉 한 여인의 남편이라는 입장을 확실하게 하고, 한 어머니의 아들이라는 입장은 정리를 해야 합니다. 한 여인의 남편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난 후 과거에 한 여인의 아들이었음을 잊지 않고 늘 고맙게 생각해야 합니다." - 127p아내 입장에서는 어떨까?
"항상 두 가지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하나는 '잘 낳아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고마운 마음을 내고, 다른 하나는 '당신 아들을 내가 빼앗아서 죄송합니다.'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 127p시어머니는 입장에서는 어떨까?
"자식을 결혼시키고 나면, 그들은 그들대로 살아가도록 놓아주어야 합니다." - 128p법륜 스님은 마치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을 이쪽저쪽 다 들어가 본 듯하다. 남편 입장에서는 이렇게, 아내 입장에서는 이렇게,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이렇게, 그 지침이 너무나 명쾌하고 통쾌하다. 남편, 아내, 시어머니 모두 다 고개를 끄덕일 답변이다. 각각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게 되면 이런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인연의 매듭을 푸는 것은 상대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나를 바꾸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스님의 답변은 역시 간단명료하다. 자식 입장에서는 이렇게 마음을 가지라고 일러준다.
"나이 든 부모님은 변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이해하고, 부모님이 얘기하면 뭐든지 "예, 알겠습니다." 하는 게 좋습니다." - 156p 부모 입장에서는 이렇게 마음을 가지라고 일러준다.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최고의 선물은 자식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 170p부모와 자식이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놓아주면 서로가 살려지고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법륜 스님이 말하는 인생 해법을 읽고 있노라면 그동안 왜 그렇게 갈등하고 불행했는지 금방 깨닫게 된다. 바로 욕심과 집착이 불행의 원인이었음을.
책의 마지막장 에필로그에서 스님은 다시 한 번 인생 행복론을 간명하게 정리해 준다.
"내가 남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이해하면, 내 가슴이 후련하고 내가 행복한 거예요. 내가 남을 보살피고 도와주면, 내가 어른이 되고 주인이 되는 겁니다. 이것이 예쁜 옷을 입는 것보다 높은 자리에 앉는 것보다 가장 자기를 아름답게 가꾸는 법입니다." - 274p책장을 다 넘기고 나면 우리는 이미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금 '행복하게 살겠다'는 생각조차 내려놓을 때 바로 거기에 행복이 있음을 알게 된다. 내가 먼저 남을 사랑하고 이해하면 내 가슴이 시원해지듯이 바로 지금 상대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마음을 내면 된다.
법륜 스님의 <인생 수업>은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닥쳐올 미래를 생각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 하루를 허투루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지침이 되어주고, 마음 저 편에서 욕심이 일어날 때마다 문장 하나하나 곱씹어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어가고픈 모든 분들에게 <인생 수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휴(休),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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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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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다치고도 "감사합니다" 할 수 있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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