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갑 공천 확정 후 국회 찾은 서청원 후보경기 화성갑 재보선에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이 확정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4일 오전 국회 기자실을 찾아 10·30 재보선에 임하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남소연
민주당이 이처럼 손 고문의 출마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10월 재보선 승리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10월 재보선은 전국적으로 10곳 가까이 열려 박근혜 정부의 집권 1년 차를 평가하는 '미니 총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10월 재보선은 경기 화성갑과 경북 포항 남·울릉 등 단 두 곳에서만 열리게 돼 정치적 의미 역시 축소됐다. 경북 포항 남·울릉은 19대 총선에서 무소속 김형태 의원이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지난 7월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으면서 재보선 대상이 됐고, 경기 화성갑은 새누리당 고희선 의원이 별세하면서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친박 원로' 서청원 고문을 경기 화성갑에 공천하면서 다시 상황이 바뀌었다.
'차떼기·공천헌금' 사건 등 두 차례나 유죄 판결을 받은 서 고문이 공천을 받으면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총선 당시 했던 '정치쇄신'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청와대가 2008년 총선 당시 '친박연대'를 결성해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지킨 서 고문의 공천을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는 '박심(朴心) 공천' 의혹도 제기됐다.
결국, 서 고문의 공천으로 박 대통령이 10월 재보선 전면에 서게 된 셈이다. 민주당 역시 10월 재보선에 적극 나서야 할 상황이 됐다. 민주당은 당초 재보선 지역 두 곳 모두 여권 성향이 강한 만큼 지더라도 정부의 복지공약 후퇴 등을 적극 부각시키겠다는 소극적 입장이었다. 그러나 서 고문이 공천되면서 그에 걸맞는 인물인 손 고문을 구원등판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일단, 당의 의지는 분명하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으로선 화성갑에 서 고문이 공천된 것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는 만큼 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손 고문을 끝까지 설득하겠다는 게 김 대표의 의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일부 초선 의원들이 손 고문의 출마를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린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며 "초·재선 의원들도 비리전력자인 서청원씨가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는 것을 민주당이 전력을 다해서 막아야 하지 않느냐는 측면에서 손 고문의 출마를 요청하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원등판' 승리 방정식 가능할까... "문재인 대선후보도 1만 5천여 표로 패배한 곳"그러나 문제는 '승리' 가능성이다. 대선주자인 손 고문이 보궐선거에 전략공천됐는데도 패한다면 당과 손 고문 본인에게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새누리당은 '손학규 구원등판론'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승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손학규 구원등판론'에 대해 "그 분 스스로 정치적 판단과 입지를 정하시는 것이니 그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손 고문의 등판이 곧 승패를 결정할 요소는 아니라고 보는 셈이다.
새누리당 공심위원장인 홍문종 사무총장 역시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후보들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저런 여론조사를 많이 했는데 압도적으로 (서 고문이)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누구든지 나오십시오다, 걱정 안 한다"고 말했다.
"손 고문이 출마할 경우, '박근혜 정부 심판론'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질텐데 여당으로서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새누리당으로서는 그게 더 좋은 편"이라며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60% 정도 되는데 심판론으로 선거가 치러지면 박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새누리당 후보로 쏠리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민주당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 화성을의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당 지도부의 깊은 고민에 대해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지만 당은 하루라도 빨리 후보공천을 마무리하고 선거 지원체제에 돌입해야 한다"며 '손학규 구원등판론'에 반대했다.
그는 "(화성갑은) 선거지형이 매우 어려운 곳"이라며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1만5천여 표로 패배했다, 경기남부에서 가장 보수적인 지역이어서 어떤 후보가 온다 해도 민주당의 승리를 낙관하기 힘든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또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후보자 간의 각이 세워져야 하는데 서청원 후보와 오일용 민주당 후보는 '낙하산 비리 정치인' 대 '지역을 가꿔온 참신한 젊은 일꾼'으로 후보자 간 각이 분명하다"면서 "이런 후보자의 각을 바탕으로 중앙당 차원에서 공중전을 준비해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손 고문은 민주당이 가진 유력한 자산임에 틀림없다"면서 "만에 하나라도 패배하게 될 경우 손 고문과 민주당 모두에게 큰 상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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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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