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경상남도 창녕군 남지읍 낙동강과 남강이 만나는 지점에 굴삭기 버킷(흙이나 모래를 퍼 올리는 부분)이 놓여 있다. 예전에 아름다운 모래 백사장으로 자랑했던 이곳이 강바닥과 주변을 준설하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황량한 풍경으로 변했다.
유성호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장·차관들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건설사 담합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사업 건설사 담합 조사를 대선 이후로 고의적으로 미루는 내용의 문서를 파기한 사실도 밝혀졌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후덕 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4대강 감사 자료에 따르면, 홍영표 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기획국장은 감사원에 4대강 담합과 관련 "장·차관도 우려했지만, 연내 착공 때문에 행정적으로 손 댈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정보 등 담합 우려가 높았다던데"라는 감사원 관계자의 질문에 "사실이다"라고 답했다.
홍영표 전 국장은 "국정원 정보는 통상 어떻게 전달되느냐"는 질문에 "당시 전담직원이 별도로 있었다, 국토해양부는 국장급 이상 만났지만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과장급도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찌라시를 보고 (담합을) 알았다"면서 "(장관에게) 보고는 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알았다"고 말했다.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은 "턴기 담합을 인지했다면 재공고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감사원 관계자의 질문에 "그것은 부수적이다, 드러나면 추후에 처벌해도 된다"면서 "사업성공 추진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운하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대비를 한 것"이라고 진술한 내용도 밝혀졌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4대강 사업은 대운하사업계획에 가깝게 준설량이 증가됐다"면서 "추후 운하 추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었거나 이후 기후에 따른 대비…"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후덕 의원은 이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참 악취 나는 대형 국가문란 사건을 철저히 파헤치고 책임을 묻겠다"면서 "피해 손실에 대해 법에 따라 청구하고 환불받으려는 노력을 헌신적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4대강 담합 조사 고의적 지연' 문건 파기도 드러나 감사원 자료는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에 대해 문서검증을 한 결과 확인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담합 조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하는 내용의 문건을 폐기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2011년 7월 1일에 작성된 이 문건에는 4대강 사업 건설사 입찰 담합에 대해 "2012년 총선 및 대선 등 정치일정에 따른 정치적 영향력 배제 등을 고려하여 대선 이후 상정을 목표로 실시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김기식 의원이 공개한 문건으로, 당시 공정위 관계자들은 이 문건의 존재를 외면했다.
하지만 공정위 손○○ 서기관은 지난 2월 감사원에 관련 문건과 관련해, "김○○ 카르텔 국장이 보고를 안 받은 것으로 할 테니 보안에 유의하고 문서는 파쇄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김○○ 카르텔 국장도 3월 "위원장께서 보고 후 '보안에 유의하고 보고를 받지 않은 것으로 하자'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토부와 공정위 문건에 언급된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정보기관, 찌라시 등의 단어를 숨긴 사실도 드러났다.
법사위 야당 위원들은 "공정위가 4대강 담합비리 조사 및 처리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더 나아가 입찰담합 전반을 축소·은폐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감사원 또한 이 같은 공정위 실무자와 간부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외압의혹을 명쾌히 규명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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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4대강 건설사 담합 알았지만 '조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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