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카르멘'. 오페라보다 빠른 전개에도 놓치는 내용없이 더욱 박진감이 넘친다. 2010년에도 같은역을 한 이영철과 김지영은 더욱 농염하고 탄탄한 연기를 선보였다.
문성식
세 번째 <카르멘>은 세 시간에 달하는 오페라의 주요 내용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45분 안에 압축하여 보다 간결하고 모던하게 구성한 점이 멋졌다. 내용의 배경이 되는 스페인 남부 거리, 술집, 침실 등이 현대미술을 보는 듯이 감각적이고 모던하게 표현됐다. 집시 같이 한껏 부풀려진 머리 스타일, 넝마 같은 치마를 입은 담배공장 여직공들이 담배 연기를 뻐끔거리는 모습, 마지막에 돈 호세가 카르멘을 칼로 찌르자 둘이 몸을 파르르 코믹하게 떠는 모습 등 군데군데 희화적으로 표현됐다.
오페라에서보다 돈 호세가 이 발레에서는 더욱 멋지게 표현되고, 결말에 그가 죽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 것이 특징적이다. 카르멘과 친구들이 호세를 꼬드겨 강도짓을 하게 만드는 장면, 두 주인공의 에로틱한 침실 춤 장면 등 빠른 전개 안에서도 내용의 허술함도 없고 군무, 독무, 2인무, 3인무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2010년 공연에서도 같은 역을 맡았던 이영철과 김지영은 더욱 섬세하고 농염한 연기를 펼치며 관객을 집중시켰다.
마지막 투우경기장 장면은 무척 멋지다. 점점 죄여오는 북소리의 고동을 배경으로 돈 호세와 카르멘이 결투를 펼치며 벌이는 춤사위가 무대 벽면에 거대한 그림자로 비춰져 더욱 주인공들의 긴박한 심리를 극대적으로 묘사한다. 경기장의 관중들을 해골로 묘사해 카르멘이 죽을 것을 암시한다. 공허하고 음침한 음악 소리가 비극적 사랑의 종말을 말해주는 가운데, 카르멘을 찔러 죽이고 혼자 남은 돈 호세의 모습이 자신도 자살하는 결말의 오페라 내용보다 더욱 비극적으로 보인다.
국립발레단은 국립무용단과 함께 10월 17일부터 23일까지 국립극장의 '국립레파토리시즌' 공연으로 국립무용단의 <춤, 춘향>과 국립발레단의 <지젤>을 교차 공연한다. 따라서 국립무용단의 <춤, 춘향>은 17, 19, 23일에, <지젤>은 그 사이사이인 18, 20, 22일에 공연된다. 교차공연은 발레나 무용, 오페라, 클래식 공연에서 한 공연을 일주일간 길게 한 극장에서 감상하기 힘든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을 가진다. 지루하지 않게 한국무용과 서양 발레를 번갈아 볼 수 있는 국립극장의 최초 시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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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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