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은 현재현 동양 회장17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정회를 하였으나 홀로 증인석에 앉아있다.
이희훈
역시 'A급 증인'다웠다. 17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현재현 회장을 비롯한 동양그룹 증인들은 증언대를 쉴 새 없이 오르내렸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간 넘게 이어진 증인 심문도 모자라, 다른 증인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 오후 9시를 넘겨 추가 질문을 이어갔다.
현 회장 등을 'A그룹 증인'으로 분류하고 18일 금융감독원 국감까지 이틀에 걸친 '동양 국감'을 벼른 여야 의원들은 이날 가차 없는 질문을 쏟아냈다.
고개 숙인 현재현 "투자자 피해 최소화하려 법정관리 선택""저희를 믿고 투자해주신 분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고 비통한 마음 금한 길 없습니다."대국민 사과로 운을 뗀 현재현(64) 회장은 이날 하루 종일 고개를 숙인 채 의원들의 질문에 공손한 자세로 임했다. 시종일관 당당한 자세로 답변해 "진짜 책임감을 느끼고 있나"라는 지적까지 받은 정진석 동양증권 대표나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와는 딴판이었다.
현 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첫 번째 사위로, 이혜경 부회장의 남편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검사로 짧게 재직했고 77년 동양시멘트 이사로 기업인을 걸었다. 1983년 동양시멘트 사장, 1986년 동양증권 회장을 거쳐 1989년 동양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당시 매출 6000억 원이던 동양그룹은 그 사이 33개 계열사를 거느린 연매출 9조 원대 회사로 성장했다. 97년 전경련 부회장으로 시작해 2009년 전경련 한미재계회의 위원장을 맡는 등 재계에서도 큰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이날 검사 출신다운 기백은 없었다.
정호준 민주당 의원이 "내부적으로 법정관리를 검토하면서 밖으로 회사채를 무리하게 발행하는 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형사 처벌도 가능한 범죄"라고 추궁하자, 현 회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CP(기업어음) 문제를 해결하려고 여러 번 딜(거래)을 진행했다, 법정관리 신청은 이틀 전에 결정해 밤 새워 서류를 냈다"면서 "한 번도 실패할 거라 생각 못했고 아무 준비 없이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